우리나라가 중국에 밀려 복사기 생산거점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아태지역 후지제록스 아날로그 복사기 물량의 대부분을 생산해온 한국후지제록스는 최근 디지털복사기 생산기지 역할을 중국에 빼앗겼다.
3년 전부터 디지털복사기 개발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며 본사의 디지털복사기 생산분까지 국내에서 소화하려 했지만 본사가 중국을 최종 생산기지로 낙점함에 따라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임원급 인사들이 한국을 수출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지만 생산 비용면에서 중국에 밀린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지사에서 디지털복사기와 함께 아날로그복사기 생산까지 확대할 수 있어 앞으로 중국지사와의 피나는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휴사인 캐논 물량의 20%를 생산해온 롯데캐논 역시 중국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저가 제품이나 생산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생산능력이 많이 향상됐다”며 “10만대 규모의 협소한 국내 복사기 시장을 벗어나려면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중국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일본 리코사로부터 중저속 디지털복사기 생산뿐 아니라 기술 개발부문까지 이전받은 신도리코는 예외적인 경우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이번 이전계약으로 신도리코는 2003년초부터 연간 40만대의 디지털복사기를 생산, 제휴사인 리코사에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리코사는 신도리코뿐 아니라 중국 현지법인인 리코아시아로도 디지털복사기 생산을 이전한 상태다. 리코아시아가 개발 능력이나 제조원가 측면에서 유리할 경우 리코사는 언제든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복사기 부문 역시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업체들이 우위에 있는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공장 자동화 등 설비투자를 통해 중국과 제조원가 격차를 좁히는 등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코, 캐논, 후지제록스 등 주요 복사기업체들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5, 6년 전부터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지난해 전세계 복사기 생산물량의 50% 정도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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