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포털 원년` 꿈이었나…

 올해가 기업정보포털(EIP) 시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국통신·두산·롯데그룹·삼성그룹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연내 EIP를 도입하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내부 타당성 검토를 계속하거나 내년 도입으로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그룹사 위주로 EIP 도입이 잇따르면서 시장이 견인될 것이라던 기대가 어긋나면서 국내 EIP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현황은 어떤가=그룹웨어나 지식관리시스템(KMS), 문서관리시스템(EDMS)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의 EIP는 부분적으로나마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 통합부터 프런트엔드의 애플리케이션 통합에 이르는 실질적인 의미의 EIP라고 한다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플럼트리 솔루션을 도입키로 한 것이 처음이다.

 또 SK텔레콤이 EIP 전략수립 컨설팅 및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EIP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EIP 프로젝트의 첫 테이프를 끊을 것이라며 이목을 모았던 두산그룹은 우선 그룹웨어와 KMS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EIP는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 주도아래 그룹사 차원의 EIP 도입을 검토하던 롯데그룹도 내부 반발에 봉착, 내년에나 부분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유는 무엇인가=EIP가 기업 내외부에 산재해 있는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 프로세스를 단일 화면에서 제공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켜 주는 핵심 수단으로 각광을 얻을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것은 우선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전산투자를 대폭 축소하는 현 상황으로서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나 확장과 같은 필수 업무에만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EIP를 도입하려면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증설, 시스템 인프라 정비와 같은 대대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문제시되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인프라다. 많은 기업이 그룹사 차원의 전사적인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계열사마다 시스템이 달라 표준화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또 고객관계관리(CRM)나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데다,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없는 것도 국내에서 EIP가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에 관련 업체들의 혼탁한 영업전도 EIP 시장 침체에 한 몫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관행 때문에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며 “EIP의 효용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우를 범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업계 움직임=수요처 분위기가 냉랭해짐에 따라 관련 업계는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포커스도 올해보다는 내년 시장에 맞추고 있다.

 한국사이베이스는 5명으로 구성된 ‘EIP 전담팀’을 두고 내부 전열보강에 주력할 방침을 세웠다. 제품 연구 및 데모를 하며 내년도 시장을 기약하겠다는 전략에서다.

 한국CA도 내부 인력보강에 한창이며 와이즈프리, 허밍버드코리아, 넥스존, 글로벌데이타시스템 등도 자체 제품보강 및 인력양성에 전력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