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DMCA(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는 골동품"

 미국이 지난 98년 10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을 제정했을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법이 앞으로 작가는 물론 가수와 공연 예술가 등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잇달아 미국 DMCA를 본뜬 법률안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새 천년에 대비해 제정한 이 저작권법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최근 미국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http://www.sfgate.com/chronicle) 신문에 따르면 법률회사 ‘아델, 버먼 & 사이텔’의 앤서니 버먼 엔터테인먼트 및 인터넷 전문 변호사는 “이미 구식이 된 DMCA가 기술혁신의 숨통을 조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워싱턴DC에 있는 법률회사 ‘다우, 론즈 & 앨벗슨’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제임스 버거도 “DMCA의 애매한 규정이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법을 위반해 첫번째 형사범으로 지난 달 전격 체포된 드미트리 스크랴로프 사건을 계기로 DMCA에 대한 비판여론이 최근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6세의 이 러시아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새너제이에 있는 어도비시스템스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전자책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배포한 혐의로 이달 말 정식 기소될 예정이다.

 사법 당국은 러시아 소프트웨어 회사 엘컴소프트(ElcomSoft) 직원인 그가 전자책의 해킹 차단 조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의 제조와 배포를 금지하는 DMCA 규정을 위반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DMCA에 의해 스크랴로프가 무력화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효과적인 기술 조치’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효과적인 기술 조치란 어느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기술을 말하겠지만 누군가가 해킹했다면 이는 더 이상 효과적인 기술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커들이 평범한 데스크톱 PC로도 정교한 암호를 해킹할 수 있는 현실에서 DMCA의 존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CD 프리크(CD Freaks)’라는 유럽의 한 해커 사이트는 미국 서니베일에 있는 매크로비전의 새로운 CD 복제 방지 기술인 ‘세이프오디오(SafeAudio)’를 우회하는 방법을 게재해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버거 변호사는 세이프오디오라는 암호 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CD내 잡음을 제거하려고 이 우회 기술을 이용하는 순수 오디오 애용자가 있다면 그도 DMCA를 위반하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DMCA 규정을 보완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크리스 캐넌(공화, 유타주) 하원 의원과 릭 바우처(민주, 버지니아주) 하원 의원은 DMCA 규정을 대폭 보완한 법안을 지난 3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음악 온라인 공정 경쟁법(Music Online Competition Act)’은 특히 소규모 인터넷 음악 회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배포하는 것과 관련해 대형 음반 회사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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