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 홈뱅킹을 활용하는 서울 서초동의 회사원 이모씨(35). 요즘 이씨는 홈뱅킹의 위력을 재삼 실감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자금이 필요해 거래은행에 대출을 의뢰했는데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간단한 신용평가 작업을 거친 후 즉시대출이 가능하다는 응답을 들은 것. 게다가 이씨 정도의 신용도라면 시중금리보다 할인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달라진 금융환경을 절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대출을 받기 위해선 재직증명서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부같은 갖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로 자금이체나 조회를 위해 가끔 은행의 홈뱅킹을 이용해 왔는데 이번 대출을 계기로 거래은행의 인터넷 서비스를 보다 상세하게 파악키로 했다.
이제 은행 문턱이 높다는 말은 옛 말이 되고 있다. 인터넷 홈뱅킹 사용자수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신용만으로 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나 제도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홈뱅킹은 간단한 이체나 조회 차원을 넘어 개인 신용정보 분석은 물론 금융과 생활 전반에 걸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뱅킹 전문가들은 인터넷뱅킹이 단순한 보급 차원을 넘어 은행간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입체적인 금융서비스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조흥·한빛·제일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물론 시티·HSBC 등 외국 은행들까지 인터넷 홈뱅킹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 금융소비자들도 편리한 만큼 ‘신용’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는 은행의 추진실적과 소비자들의 최근 1∼2년간 이용실적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월말 47만명에 불과하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수는 1년만인 올 3월에 529만명을 돌파,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올 6월말에는 누적 등록자수가 743만명으로 3개월동안 무려 40.3%가 증가하는 폭증세를 거두고 있다. 은행가에서는 이같은 추이가 지속될 경우 인터넷뱅킹 등록자 10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 뱅킹 우대제도 다양화
인터넷 홈뱅킹은 저렴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예금과 대출면에서 일정부문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흥·한빛·서울·주택 등 대부분의 일반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으로 예금할 경우 예금금리를 0.2∼0.5%포인트씩 우대해준다. 반면 대출금리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0.5%포인트 수준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은행은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최소 0.1∼2%포인트까지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터넷뱅킹은 은행업무의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이득의 일부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인터넷뱅킹 중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계좌이체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행간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ATM이나 창구를 이용해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대 7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않고 처리할 수 있다.
인터넷 홈뱅킹 서비스의 장점은 이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인터넷 홈뱅킹으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청구내역 조회와 결제는 물론 지방세·주민세·종합소득세·이자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예약기능을 이용할 경우 납부일을 지나쳐 과태료를 내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증권이나 보험도 최근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의 주요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홈뱅킹으로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시황분석부터 특징주, 기업분석 등에 대한 전문 보고서까지 열람할 수 있다. 물론 증권계좌의 개설도 가능해 증권사에 가지 않고도 증권거래를 할 수 있다. 증권사 홈페이지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은행 인터넷 뱅킹시스템이 제공하는 셈이다.
◇영업시간 구애없어
현금을 인출할 목적이 아니라면 홈뱅킹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영업시간에 구애없이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과 각 은행들은 모든 형태의 전자금융거래를 연중무휴로 처리할 수 있는 전자금융공동망 운용에 합의하고 지난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전자금융공동망은 기존 자동응답서비스(ARS)공동망을 확대개편시킨 홈·폰뱅킹시스템으로 인터넷과 전화 등 온라인 접속수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없이 상시접속이 가능하다는 점과 수수료가 저렴한 장점을 갖고 있다.
창구직원이 전산입력하는 방식인 타행환공동망의 경우 은행영업일에만 이용이 가능하고 건당 수수료가 비싼 편이지만 전자금융공동망은 수시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1억원 거래시 수수료가 300원에 불과해 타행환공동망이나 CD공동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전자금융공동망의 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지만 은행들은 나머지 시간에도 개별적으로 운용, 하루 24시간 전자금융거래 방식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조흥과 한빛·외환·한미 등의 은행은 평일과 휴일 24시간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은행들도 오전 7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인터넷 홈뱅킹으로 타행이체나 결제조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영업시간외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제일·시티·신한은행 등은 이것도 무료로 처리해준다.
◇서비스에 비해 활용이 한정된 게 흠
그러나 인터넷 뱅킹 관계자들은 인터넷 홈뱅킹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금융소비자들의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구색은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나 고객들의 참여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것.
최근까지도 창구방문을 통한 거래비중이 은행평균 43.3%를 차지, 인터넷뱅킹(5.3%)을 이용한 업무처리 건수를 압도하고 있다. 그나마도 현재 금융소비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대부분이 예금조회나 계좌이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뱅킹과 더불어 은행들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뱅킹도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20개 국내은행 중 17개 은행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 뱅킹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저조한 이용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나마도 서비스 이용의 대부분이 조회서비스에 한정돼있고 자금이체의 경우 은행당 하루평균 11건에 불과할 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각 은행들은 계좌통합조회서비스나 B2B전자결제서비스, e메일뱅킹, eCRM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나 이 서비스들 역시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은행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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