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은 10대와 20대층의 문화 마니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재패니메이션 붐은 거세다.
일본의 세계 시장 공략은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됐다. 극장용 장편 위주의 마케팅을 시도하는 월트디즈니사에 비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의 저가공급으로 전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특히 동아시아와 유럽에 있어서는 막대한 방송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문화적인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80년대 자국의 TV 애니메이션 방송 대부분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것을 발견하고, 또 파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전역에 일본 애니메이션 동아리가 수만개에 이른다는 기사가 신문에 발표되자 프랑스 정부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바로 TV 방영 쿼터제의 도입이었다. 프랑스산 애니메이션을 연간 애니메이션 방영시간 대비 50% 이상 방영케 하고 이를 어길시 과중할 정도의 벌금을 물리는 제도다. 한 방송사는 50억원 정도의 과태료를 지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강력한 제도의 시행은 결국 유럽산 애니메이션에는 기준이 완화됐지만 그 실효를 거두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자국 및 유럽국가와의 공동제작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있고, TV에서는 프랑스 및 유럽산 애니메이션이 매년 70% 이상 방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70년대 민영방송국의 설립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일본 TV 애니메이션은 90년대 말까지도 애니메이션 방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새로 조정된 방송법에서 특정 국가의 수입 애니메이션이 전체 비율 대비 5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일정부분 제한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98년부터 시작된 국내 TV의무방영비율제도는 나름대로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다. TV 시리즈를 기획·창작하려는 제작사들이 늘어나고 기획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문제점과 장애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방송국들은 아예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을 축소시키거나 기존 제작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을 지속적으로 3번, 4번까지 재방송해 쿼터제를 채우려 하고 있다. 또 해외 제작사와의 하청제작을 공동제작으로 확대해석해 국산 애니메이션인 것처럼 평가받으려 하거나 아예 방송위원회에서 평가하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판정 기준을 각 제작사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TV의무방영비율제도의 시행 성과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 부흥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선 과정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의 범위를 전체 방송시간 대비 일정비율로 규정하고, 3번 재방송한 후의 재방송은 의무방영비율에 포함시키지 않으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평가기준을 강화해 기획 및 저작권의 소유지분이 국산 애니메이션 판정의 중요한 조건이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방송사에 대해 과태료를 보다 과중하게 책정해야 하며, 방송사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TV의무방영비율제도의 성공적인 시행만이 국내 애니메이션산업 자체를 활성화시키는 정책 대안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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