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방식으로 유럽 각국의 제3세대(G)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낸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13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http://www.awj.com)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들은 1000억달러가 넘는 주파수 경매대금 때문에 늘어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요 사업부문이나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이같은 움직임은 이탈리아 타이어업체인 피렐리가 지난달 베네통 그룹과 손잡고 텔레콤이탈리아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다.
총 300억파운드(약 57조원)에 이르는 부채상환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 최대 통신사업자 브리티시텔레콤(BT)은 최근 일본과 스페인의 이동통신 투자 지분을 영국 내 라이벌 통신업체인 보다폰에 48억파운드에 팔았다. 또 말레이시아 막시스 통신 지분을 파트너인 우샤테가스SDN에 3억5000만파운드에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올해 들어 돈이 될 만한 자산을 잇따라 처분, 부채를 줄이고 있지만 아직 M&A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금 사정이 호전되지 않자 미국 투자회사인 배브콕앤브라운이 지난 6월 챈서리 래인캐피털과 손잡고 BT 지역전화망을 인수하는 데 80억파운드를 제시해 놓고 있다. 독일 웨스트도이체랜드스방크도 BT의 모든 통신회선을 180억파운드에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등 세계 투자은행들의 M&A 공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BT 외에도 최근 주가가 폭락한 텔레콤오스트리아가 채권 은행 등을 통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KPN과 필란드 소네라도 알짜 사업부 매각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등 유럽 통신업체들이 줄줄이 M&A를 통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도이체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도 지난해 무리하게 3G 사업권을 따낸 후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두 회사가 향후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경영권을 다른 기업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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