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에 비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용자들의 선택에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등 오히려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T업체들이 최근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벤치마크테스트(BMT) 자료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사용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해온 BMT의 당초 취지가 크게 흐려지고 있다. 또 신제품 출시 때마다 저마다 ‘업계 최초’ ‘100% 지원’이라는 문구로 사용자들을 헷갈리게 하는가 하면 고객사 참조사례를 과장하거나 권위도 없는 기관의 수상경력을 과대포장해 기업 이미지 부풀리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BMT 때문에 더 헷갈린다”=상당수의 IT업체들이 본사의 BMT 자료를 잇따라 내놓으며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용자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BMT 공방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이 시장의 수위를 달리고 있는 BEA와 이를 뒤쫓고 있는 IBM, 오라클 3사의 WAS 성능논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주장만으로는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IBM은 최근 웹스피어 4.0을 출시하면서 자사 제품이 BEA 웹로직보다 JDBC 응답에서 2배 빠르고, EJB 성능에서는 75%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BEA는 자사 제품이 웹스피어보다 2∼4배 가량 성능이 뛰어나며 특정 EJB 성능에서는 무려 14배나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관심을 끌 만한 EJB 성능을 두고서는 IBM과 BEA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어 사용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오라클도 오라클9i 애플리케이션서버(AS)가 BEA, IBM 제품보다 2∼4배 이상 빠르다며 논쟁에 가세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BMT 객관성·중립성 크게 훼손=데이터베이스(DB)분야에서도 마찬가지. IBM은 자사의 DB2가 오라클8i에 비해 TCO 절감효과가 52% 더 우수하며 난이도가 높은 질의의 경우 튜닝비중이 오라클이 62%인 데 반해 DB2는 7%에 불과하다며 DB운영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라클은 IBM의 초고속 컴퓨터에서 가장 빠른 DB가 자사 제품이며 SAP 애플리케이션에서는 IBM보다 4배 더 빠르게 가동시킨다고 주장하면서 IBM의 여러가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MS 역시 자사 SQL서버2000이 유니시스 시스템 환경의 윈도2000 데이터센터서버에서 TPC-C 최고기록을 갱신해 다른 벤더와의 성능격차가 더욱 커졌다며 SQL서버2000을 최고의 DB로 치켜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의 주장만 들어보면 도무지 어떤 제품의 성능이 가장 우수하고, TCO가 가장 낮은 제품인지 판단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이 과정에서 테스트 환경이 명시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성능우위를 주장하는가 하면 자사가 유리한 일부 항목만을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자사 제품은 최신 버전을, 경쟁사는 기존 버전을 테스트 대상으로 설정해 놓고도 사용자에게는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따라서 중립적인 평가로 사용자 선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하는 BMT가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확인할 길 없는 ‘최초’ ‘완벽’ 주장=세계 최초, 100% 지원, 완벽한 호환 등 근거없는 마케팅 메시지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사용자들을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WAS의 경우 가장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J2EE 지원 부문에서 저마다 최초를 주장하고 있어 원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오라클은 자사의 오라클 9iAS가 J2EE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최초의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HP는 오히려 자사의 블루스톤 제품이 최초의 J2EE 지원제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오나 역시 자사가 J2EE 인증을 최초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능이나 호환성면에서도 완벽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썬의 웹솔루션사업부인 아이플래넷은 J2EE 종주국인 자사야말로 최초로, 완벽하게 J2EE를 지원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마다 J2EE를 완벽하게 지원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상용 WAS 경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용기술을 저마다 채택하고 있어 100% 호환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XML 기술의 경우에도 서로 자사가 완벽하게, 최초로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이밖에 업체마다 ‘포천 100대 기업’ ‘S&P 500대 기업’을 인용해가며 이들 중 절대다수가 자사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떤 업무에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으며 ‘×××기관 선정 최고의 제품’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수상기관의 권위나 신뢰성 등도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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