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비 중국 상륙작전>(상)우리도 `만만디`전략 세우자

 오는 10월,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소문만 무성했던 이동통신장비 중국 특수의 본격화를 예고한다.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중국 진출 열기가 고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일단 삼성전자가 차이나유니콤 CDMA장비(시스템) 공급권을 획득함으로써 선봉에 섰고 LG전자를 비롯해 중소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계와 중계기 업체들도 중국 상륙작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 CDMA 산업을 부양하기 위해 쌓아올린 만리장성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은 중국 통신장비기업들의 자구 노력도 거세다. 기대와 달리 국내기업과의 제휴 및 합작이 쉽지 않다. 우리기업들의 준비와 향후 대응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말(言)로는 일사천리, 그러나 계약은 차일피일.’

 중국기업들의 만만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기업간 거래에서 중요한 신뢰지표로 쓰이는 양해각서(MOU)조차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중국이다.

 우리나라 중소 통신장비업체치고 중국기업과 양해각서 한장 교환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합작사를 설립했거나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소리만 요란할 뿐 빈 수레로 돌아오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해서 진출을 포기할 수 없는 게 중국이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동통신장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 차원에서 중국 시장은 유력한 탈출구다. 차이나유니콤이 창출할 CDMA 시장만도 우리나라 업체들에는 ‘꿀 맛’일 게 틀림없다. 표참조

 문제는 국내기업들의 조급증이다. 소위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고픈 탓에 기술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대기업의 수출담당 임원은 “어떤 중소기업은 중국측으로부터 뚜렷한 제휴 및 합작의사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CDMA 기술제공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중국기업들의 통신장비 개발력이 급상승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유럽형 이동전화(GSM) 장비산업이 실패한 것을 감안해 CDMA 생산업 비준시에 외국기업을 최대한 배재할 움직임을 보인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급한 제휴 및 합작 추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정부는 민족 브랜드 육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 이동전화단말기 자주개발 능력향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관련 분야의 중·외 합작기업 설립에 대한 비준권한을 정부에 귀속하는 한편 외국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 부품 국산화비율을 금액기준으로 50% 이상이 되도록 규제함으로써 외국기업에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빨리빨리 스타일이 먹혀들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형 만만디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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