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류 체계부터 만들어라.’
콘텐츠(contents)의 사전적 의미인 내용물은 그것을 담는 그릇, 즉 미디어를 전제로 한다. 예컨대 종이로 대표되는 인쇄미디어의 내용물이 출판물이라면 필름이란 미디어에 담긴 내용물은 영화다. 이처럼 아날로그 콘텐츠의 경우에는 미디어에 따라 구분이 명확하고 관련 산업들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발전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로 넘어가면 미디어나 관련 산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컴퓨터 시스템이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비트화된 모든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디지털콘텐츠를 해석할 경우에는 그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아날로그 미디어들이 융합하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어 그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유통, 소비하는 모든 부문의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의와 범주는 사용자나 생산자, 유통업자 등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다툼을 벌이고 있어 각 부처의 입장을 반영한 분류 체계가 통용되고 있다.
우선 정통부는 지난 5월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첨단 IT기술을 사용해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등을 디지털 포맷으로 가공처리해 정보통신망, 디지털 방송망, 디지털 저장매체 등을 통해 활용하는 정보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거의 모든 정보로 바라보고 있는 정통부는 산업군의 정의도 특히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와 관련된 산업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정통부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범주를 △디지털정보(PC통신 및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텍스트 및 멀티미디어 형태의 정보 △디지털 출판(e북과 웹풀판) △디지털 게임(PC 게임과 온라인 게임) △디지털 영상(특수 편집 영상물, 디지털 영화 애니메이션, 사이버 캐릭터, 전시 영상) △교육용 콘텐츠 △웹 뮤직 △웹케스팅 △시뮬레이션(건축, 환경, 기계동작, 모의전쟁 등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것) △원격 진료 △메일링 서비스 △모바일 콘텐츠 등 11개 대 분류를 제시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물론 메일링 서비스, 원격 진료까 지도 디지털
콘텐츠 산업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의 이같은 분류는 다분히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정보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정의한 것으로 정보통신망뿐 아니라 디스켓, DVD, CD롬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배포되는 내용물을 놓치고 있다.
이와 달리 문화부는 기존의 아날로그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구분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라는 정의 자체는 폭넓게 해석할 수 있지만 적어도 유망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출판, 영상(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신문·잡지, 방송, 광고, 캐릭터 등 8개뿐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은 단지 이들 문화 콘텐츠가 유통되는 하나의 통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양 부처의 이같은 판단은 상당부분 부처 이기주의에 근거하고 있지만 상호 보완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쪽이 최근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IT기술을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디지털 콘텐츠의 모태격인 아날로그 콘텐츠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양 부처의 상반된 시각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부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분류 체계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산업에 대한 자세한 분류 체계 없이 무조건 지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에 나서는 것과 다름 없다.
더욱이 이런 작업이 온전히 이뤄진다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에 대한 다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충헌 코리아디지털콘텐츠 사장 kodic@kodic.com>
약력 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터 이사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이사
한국콘텐츠신디케이션협회 수석부회장
게임콘텐츠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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