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습니까.”
올 상반기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 프로젝트 가뭄으로 곤욕을 치른 한 GIS 전문업체 사장의 탄식이다.
올 상반기에는 시스템통합(SI)분야 가운데 특히 GIS 관련 공공 프로젝트 발주가 극히 드물었다. 지난 4∼6월 사이에는 전무하다시피했다. 정부가 지난해말 올해의 공공 프로젝트 발주를 가능한 상반기로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것도 공수표였다. SI분야 공공사업 자체가 가뭄이었기에 대형 정보화사업의 일부로 딸려 나오기 십상인 GIS프로젝트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라리 상반기 발주를 앞당긴다는 말이나 하지 말지, 이게 뭡니까. 정부 발표만 믿고 올 사업계획을 늘려 잡았지만 상반기까지 전체 매출목표의 20%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주요 업체별 매출상황을 살펴보면 중소 GIS업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국산 GIS소프트웨어 개발로 소위 잘 나간다는 A사의 경우 올 매출목표 65억원 가운데 상반기에 고작 1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것도 지난해 사업에서 이월된 매출을 포함한 것이다.
B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사는 올 상반기에만 연초목표 가운데 겨우 15% 내외의 매출만을 기록했다. 다행히 최근 비교적 큰 프로젝트를 수주해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그나마 C사는 조금 나은 편이다. 올 상반기에 5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대부분이 지난해부터 연속되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다. 그래서 올해 전체로 보면 C사도 전반적으로 30∼60% 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주요 GIS 관련 중소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체목표의 20%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사업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가뭄으로 인한 매출부진은 여러가지 합병증을 야기하기도 했다. 중소업체간의 치열한 수주경쟁은 물론 대기업의 공격적인 사업참여는 상반기 국내 GIS시장을 저가입찰과 덤핑이 난무하는 과당경쟁의 장으로 몰아갔다.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수억원 규모인 소형 프로젝트에도 번번히 등장하기 시작한 대기업들 때문에 중소 GIS업체들은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중소 GIS업체들은 “마치 법조인이 늘어나고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어려워지자 변호사(대형 SI업체)가 법무사(중소 GIS업체)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E사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에서는 외부 프로젝트에 대해 수익에 관계없이 무조건 수주해 오라는 방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프로젝트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업자선정과정에서 시비도 끊이질 않았다. 최근 발주된 4억원 규모의 공공 프로젝트 입찰에서는 기술점수가 뒤진 D사가 입찰가격을 무려 40% 가량이나 내리쳐 참가업체들의 빈축을 샀다. 또 몇몇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 소유권 문제로 고소를 제기했고, 그 결과 한 GIS업체 관련자가 검찰에 구속되는 불상사를 낳기도 했다.
중소 GIS업체들만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대형 SI업체들 또한 예년과 달리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GIS사업부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거나 전환배치 또는 분사하는 방법으로 자구책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최근 GIS업체들 사이에는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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