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축구계에도 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세계축구연맹(FIRA) 로봇월드컵 2001’ 대회 결과 신예 중국팀이 총 9개 경기 중 8개 부문에서 우승을 싹쓸이하며 로봇축구 종주국 한국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3대 3 축구 종목에서만 포항공대팀이 우승한 것 외에 5대 5 축구경기와 축구 시뮬레이션 등 나머지 경기 종목은 모두 중국팀에 선두를 뺐긴 것이다.
주최 측인 중국의 텃세를 감안한다 해도 지난해까지 세계대회 우승을 매년 독식해온 한국의 위치가 한꺼번에 무너진 것으로 국내 로봇축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중국 땅에 로봇축구가 보급된 것은 지난 99년 말 FIRA 총재인 카이스트 김종환 교수가 라이벌리그인 일본 로보컵대회와 세력 경쟁을 위해 중국 공과대학 3∼4곳에 축구로봇 세트를 무상기증한 것이 시초.
중국에 한국식 로봇축구를 보급해 일본에 대응한다는 김 교수의 전략은 불과 2년 만에 무섭게 성장한 중국 로봇축구가 한국팀을 연파함으로써 당초 예상을 넘어선 결과를 낳았다.
국내 로봇축구 관계자들은 하얼빈공대·광둥기술대학 등 중국 우승팀이 로봇 하드웨어를 제외한 경기 운영기술, 로봇 소프트웨어에서 한국 일류 대학팀을 이미 따라잡았다면서 단시간 내 급성장한 중국 로봇축구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현재 중국에는 40여개 공과대학에 로봇축구팀이 활동 중이며 내년 연말까지 로봇축구팀 숫자가 100개를 넘어설 것이 확실해 조만간 중국 로봇축구계가 양적인 면에서도 한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스트 김종환 교수는 “그동안 한국 로봇축구계가 종주국이라는 자만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베이징대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중국과 로봇축구 분야 교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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