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깨끗해야 살 수 있다.’
요즘 창투사를 중심으로 한 벤처캐피털업계가 투명성 및 도덕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벤처캐피털들이 도덕성 문제로 위기를 겪으면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조합 결성은 물론 투자도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또 최근 중기청이 창업지원법 개정과 창투사 전산망 통합 작업을 추진하면서 창투사 건전성 제고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일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21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에 들어간 창업지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창투사를 설립하려는 회사의 소속임원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중이면 결격사유에 해당돼 회사설립 자체가 어려워 진다. 또 올해까지 시행령에만 명시돼 있던 ‘창업 제외 업종에 대한 중기창투사의 자금지원 금지조항’이 내년부터는 본법에 규정돼 보다 확고하게 적용되는 등 그동안 취약했던 관리·감독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특히 등록취소 요건에 결산서의 미제출 또는 허위 제출 등을 추가, 경영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갖추지 않은 창투사들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 질 전망이다.
여기에 창투사 전산보고시스템 도입도 일부 창투사들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모든 창투사들이 투자와 보유지분 매각시 현재 전산보고와 함께 과거실적을 전산망에 올려야 되기 때문이다. 과거 주식 취득과 매각시 관련부처에 성실한 보고를 하지 않은 창투사의 경우 전산망을 통해 그 내역이 훤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벌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일부 창투사의 경우 투자주식 대량 매각시 외부공시를 하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전산망 통합 이후 이러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른 벤처캐피털들의 투명성 확보 노력도 분주하다.
먼저 수년째 구설수에 올랐던 KTB네트워크와 서갑수 전 회장 구속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던 한국기술투자를 비롯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무한기술투자 등 선발 벤처캐피털들이 모두 투명성 확보를 천명하고 있다. 이들 벤처캐피털은 이를 위해 제3자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 창투사들의 경우는 더욱 몸이 달은 상황이다. 그나마 선발 벤처캐피털들은 어느 정도 내부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지만 후발 회사들의 경우 그동안 주먹구구식 운영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창투사들의 최근 외부 전문가 영입 및 컨설팅, 회사 재무구조 정리 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벤처기업들도 일부 기업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자금을 투자받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거울삼아 벤처캐피털들의 투명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한국기술투자의 박동원 대표파트너도 “최근 벤처기업들이 투자배수를 조금 낮추더라도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자금을 받으려고 한다”며 최근의 이런 경향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산업의 한 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창업지원법 개정 등을 계기로 벤처캐피털업계가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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