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급한 소형가전 체질강화

 

 일본 가전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소형가전제품을 적극적으로 상륙시키려 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히 지금은 과거처럼 일본산 제품에 대해 수입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우리도 일본에 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산 제품이 얼마든지 유입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산 제품이 우리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 긍정적이거나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한국의 소형가전제품 산업은 현재 경쟁력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업이 중소 전문업체들과 손을 잡고 시장을 가까스로 지켜왔다.

 소형가전시장은 유럽과 중국산 제품 등이 유입돼 경쟁이 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점차 손을 떼고 이제는 전문 중소업체들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의 주요 업체인 마쓰시타나 도시바 등이 한국시장에 유명 브랜드를 달고 제품을 들여놓을 것이라고 하니 그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일본산 진공청소기나 전기밥솥·드라이어·면도기 등 다양한 제품을 이마트나 까르푸 등 대형 할인매장에 진열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자칫 잘못 하다간 국내 소형가전시장은 일본산에 의해 크게 잠식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한국시장에 일본산 제품은 깊숙이 침투해 있다. 시장규모가 작지 않은 카세트를 비롯해 디지털 VCR(캠코더), 카메라 등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의 안방을 대부분 차지해 버렸다.

 일본산 소형가전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벌써 수년 전 국내 가전유통시장이 개방됐지만 일본은 한국시장 진출에는 신중을 기하며 승산이 있을 때를 기다려 왔다. 이제 그들은 국내 소형가전 시장규모가 작지 않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 전문업체들의 제품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만약 국내 가전시장에서 소형가전제품까지 일본산이 석권을 한다면 컬러TV를 포함한 3∼4개 제품 정도를 제외하고 국내 시장은 외국산 제품 일색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가전산업은 체질이 급속히 약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많은 소형가전제품 생산업체나 부품업체 등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또 일부 대기업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판매해 오던 소형가전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의 일본 소형가전제품의 한국시장 진출 움직임을 계기로 국내 가전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개선하며 원가를 낮추는 일일 것이다. 또 한정된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지양하고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책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간을 두고 하더라도 우선 그동안 논의는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을 해봄직하다. 즉 대기업은 연구개발을, 중소기업은 생산 및 유통을 전담해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을 도입해 볼 만하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부족한 정보를 공유하고 중소기업끼리는 협력을 통해 유통망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울러 중소 전문업체들은 그들의 약점인 제품 인지도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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