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기청에는 썰렁하다 못해 냉소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 6월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자본재 산업국장 공모나 지난달 중기청이 공모에 들어간 기술지원국장 자리가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산자부 인사였던 최 모 중기청 전 벤처지원국장이 다시 유턴해 산자부 자본재 산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이번 중기청 기술지원국장 자리 역시 산자부 모 인사가 잠정적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기청 기술지원국장 공모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인사는 전무했다.
형식상이야 어찌됐던 공모를 거쳤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자부 인사가 중기청의 국장 자리에 앉게 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미 청 주변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대전을 방문했던 장재식 산자부 장관이 양 기관간 인사 교류에 대해 언급한 이후 이같은 최근의 인사 교류가 첫 시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산자부 산하 기관인 중기청은 그동안 산자부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줄곧 이어져 왔다.
대다수 국장급 이상 자리는 거의 산자부 인사의 몫이었다.
청에 발을 처음 들여 놓은 후로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최대 승진할 수 있는 한계의 폭을 국장급 선으로 단정짓는 분위기다.
하위기관인 만큼 드러내 놓고 속내를 비칠 수 없는 이들은 “잘 해야 국장이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쉰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정부가 공석이 된 관료직에 개방 공모제를 실시하면서 중기청에는 인사 승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양 기관간의 인사로 이같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일부 신입 사무관 사이에서는 “일해야 뭣 하느냐”라는 자조섞인 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사를 뽑기 위해 마련한 공모제 도입의 취지가 중기청에서는 내부 승진의 기회마저 가로막는 형식상의 절차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상급기관의 강력한 힘으로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할 뜻이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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