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컴퓨터가 최근 리눅스 데스크톱 출시를 포기하는 등 리눅스 열풍이 한 풀 꺾인 가운데 지난 멕시코 정부의 리눅스 보급 계획도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
와이어드는 98년부터 자금 여력이 없는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무료 GNU/리눅스를 탑재한 컴퓨터를 대대적으로 보급하는 ‘레드E스칼라’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레드E스칼라를 통해 12만6000개의 공립학교에 하드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액수인 1억2400만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레드E스칼라를 통해 컴퓨터가 공급된 4500여개 학교 중 GUN/리눅스 머신이 공급된 곳은 단 20개교에 불과하다.
레드E스칼라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해 충분한 프로그래머와 시스템 관리자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이끈 에스피노사는 “우리는 단지 2명의 프로그래머로 리눅스를 설치하고 홍보해야 했다”며 “리눅스에 대한 친근감 부족, 하드웨어 호환 부족, 정치적인 지원 결여 등의 문제가 프로젝트를 실패로 돌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레드E스칼라의 통신담당 이사인 루이스 이구엘 이바라도 “리눅스에 숙달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문제였으며 그 문제가 프로젝트의 진척을 더디게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이전에 학교에 공급된 많은 장비들과의 호환성 문제도 프로젝트의 큰 걸림돌이었다. 일례로 멕시코 학교에 보급된 컴퓨터에는 소프트웨어 모뎀의 일종인 윈모뎀이 장착돼 있었지만 리눅스는 이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일부 컴퓨터가 리눅스 설치자가 포함된 CD를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금 여력이 없는 공립학교가 하드웨어를 교체할 수는 없었다.
이바라는 “윈모뎀 제조업체들이 하드웨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내놓았다면 적당한 드라이버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스피노자는 “컴퓨터를 도입할 때는 우선 운용체계를 고른 후 하드웨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정치 문제로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정치권의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도 프로젝트 실패에 한몫했다.
그나마 레드E스칼라가 윈도95나 98 탑재 컴퓨터를 포함할 경우 4500개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했지만 이조차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못하고 단독형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스피노자는 “치아파스 지방의 경우 ISP는 물론 전화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며 “위성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마을마다 안테나를 설치하는 데 7000달러가 필요하고 매월 회선 사용료도 2000달러 가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레드E스칼라 관계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 호환 문제도 이제 어느정도 해결됐고 올해중으로 1400개 학교가 외부와 모뎀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또 리눅스를 채택하자는 대의 명분은 여전히 건재하다.
에스피노자는 “윈도는 아주 유력한 운용체계이며 리눅스를 택한 것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국가 산업발전에 쓰여야할 수억달러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으로 국가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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