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시장 회복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

 침체일로에 있는 반도체 장비산업이 회복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1분기만 하더라도 국내외 장비업체 경영자들의 상당수는 올 4분기께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분기가 되어서도 회복기미는 커녕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연내 상승반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장비업체 종사자들이 전망하는 장비산업 회복시점에 대한 견해는 대개 내년 하반기로 모아지고 있다. 현 추세를 감안한다면 내년 1분기도 어려울 것이고 이르면 2분기 말께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황=최근의 시장상황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하반기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각각 1조원, 4000억원 이상의 반도체 설비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같은 계획은 국내 소자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출의존도가 낮은 국내 장비업체들에는 매우 치명적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11라인 Phase2(300㎜) 투자를, 하이닉스는 업그레이드 설비투자를 하반기중에 실시할 계획이어서 장비업체들은 실낱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과 20일 있었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두 회사가 설비투자 축소 또는 연기계획을 밝히면서 장비업체들의 4분기 매출확대 기대는 물건너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11라인 2단계 투자와 시스템LSI 설비투자, 5세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라인(4라인) 설비투자를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지난달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에 성공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시설보완 투자계획을 밝힌 하이닉스는 아직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가용자금이 1조1000억원대에 불과해 시설보완은 한낱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차세대 TFT LCD 사업에 희망을 걸고 과감한 투자를 실시하면서 장비업계의 새로운 희망처로 부상했던 LG필립스LCD 역시 더 이상 하반기 시설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장비업계의 시장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4분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장비산업도 회복될 수 있나=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4분기에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세계 PC판매가 16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해 연내 반도체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용체계 윈도XP가 출시되면 겨울방학 특수와 겹쳐 PC 및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소자업체들은 수요증가에 따라 가격인상으로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소자업체들이 연내에 과감한 시설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일반적으로 장비업체들의 매출증가는 소자업체들의 실적개선에 3∼6개월 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비산업의 시장회복은 빨라야 2분기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달들어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스탠리 T 메이어스 협회장은 “반도체 장비업체 매출액이 전년 동월대비 증가되는 시점은 3∼4분기가 더 지나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내년 2분기나 3분기는 돼야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장비업체들의 지사장들은 하나같이 “사실 지금의 경기상황으로 볼 때 어느 누구도 장비시장의 회복시점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4분기 반도체 경기가 진정국면 또는 상승국면에 접어든다면 내년 하반기께 300㎜ 장비를 중심으로 장비시장의 활성화를 점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장비업체 경영자들 역시 “평판디스플레이 및 비메모리 제조와 관련한 장비사업은 올 하반기 이후 다소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반도체 장비 분야는 다소 어려워 내년 상반기 말 또는 하반기 초나 돼야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해 전반적인 시장상승 분위기를 타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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