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두고 왜 우리한테 먼저 옵니까.”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제품을 들고 나가 외국 전자통신업체들을 만나보면 열이면 여덟, 아홉은 으레 이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시스템업체가 한국에 있는데 왜 멀리 와서 생면부지의 자신들을 상대로 결과도 보장되지 않는 고생을 하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말의 내면에는 외국업체들의 무서운 경제논리가 숨어 있다.
일단 삼성전자부터 가서 제품의 성능을 검증받아 오면 그때서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것. 어쩌면 손안대고 코풀겠다는 욕심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속에 있는 외국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지적일 수도 있다.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들과 네트워크형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비메모리반도체 선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중소업체와 핵심 기술 및 인력을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각종 자금과 생산설비를 지원, 세계 일류제품을 함께 만들고 해외 마케팅도 공동 추진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한국의 저력을 보이겠다는 목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기술상용화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반도체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스스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비메모리 시장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전자가 보여준 모습과 양측 힘의 역학관계를 보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대기업의 우월적 위치를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거나 동등한 협력관계가 아니라 중소업체를 하청업체쯤으로 여긴다면 결코 윈윈하는 성공사례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의 수입의존도를 90% 가까이 올린 주역(?)이었다는 점을 반성한다면 지금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산업육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일류의 반도체기업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시스템업체다. 강력한 추진력과 현명한 시장판단력, 그리고 상생의 자세로 한국 비메모리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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