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문화산업 점검>(8)애니메이션

 올해 상반기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극심한 변화을 겪었다. 20여년간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 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쇠퇴하고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98년 60억원에 불과했던 창작 애니메이션 순생산이 지난해 3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6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OEM 하청 규모는 점차 줄어 지난해 882억원에서 올해는 700억원대에 그쳐, 내년에는 창작 애니메이션이 OEM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에 제작·추진되고 있는 창작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만도 150여편에 이른다. 기획단계에서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14편이 제작됐던 지난해에 비해 적어도 300% 이상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학 애니메이션학과를 중심으로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열기가 높아져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 붐이 뒷받침하고 있다. 문화산업지원센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작중인 단편이 200여편에 이르고 이 가운데 연내 120여편 정도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단편 창작 열풍은 창작 인력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 3∼4년 후의 시장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상반기 창작 붐을 이끈 것은 3차원(3D) 애니메이션이다. 시네픽스·에펙스디지탈·빅필름· 오콘·나래디지탈엔터테인먼트·디지털드림스튜디오·아이코·프레임엔터테인먼트 등 10여개 업체들이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거나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TV시리즈 ‘미래전사 런딤’, 프레임엔터테인먼트의 ‘가이스터즈’는 이미 방영을 끝냈고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스폿애니메이션 ‘꾸러기 더 키’는 MBC에서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전사 런딤이나 가이스터즈의 경우 작품수준이 주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캐릭터 등 머천다이징 사업에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해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작품이 실패로 끝날 경우 창작에 대한 투자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올 하반기 업계의 최대 관심은 시네픽스가 제작하고 있는 ‘큐빅스’에 집중돼 있다. 이 작품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한·미·일 3국 합작 투자라는 점과 국내 업체인 시네픽스가 기획, 캐릭터 개발 등 프리프로덕션 및 메인프로덕션을 도맡아 제작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 미국 쪽의 배급을 맡은 포키즈엔터테인먼트가 워너브러더스와 미국 공중파방송인 키즈워너를 통해 8월부터 방영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큐빅스가 미국 내에서 일정정도 시청률을 유지, 캐릭터 머천다이징 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하나의 성공사례로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국내의 창작 능력을 외국 업체에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제2, 제3의 큐빅스를 찾아 외국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것. 또 얼어붙은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를 녹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국내 3D 제작 업체들은 큐빅스가 3D로 제작되고 있는만큼 진행 중인 3D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자금 유치가 수월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물론 큐빅스가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하게 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올 상반기 상영된 국내 창작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투니파크의 ‘더 킹’ 한 작품에 불과해 여전히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뒤를 이어 8월 한신코퍼레이션의 ‘별주부해로’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빅필름의 ‘엘리시움’, 필름앤웍스양철집의 ‘원더플데이즈’, 루크필름의 ‘스퀴즈’ 등 하반기 상영 예정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흥행 실패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극장주들이 국산 애니메이션 상영을 기피하고 있어 상영관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올 하반기에는 틈새 시장으로 여겨지는 OVA(Original Vedio Animation) 공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앤지엔터테인먼트의 ‘데뷔’ ‘러브머신1·2’, 대원씨앤에이홀딩스의 ‘용하다 용해 무대리’ ‘열혈남아’, 에이씨씨엔터테인먼트의 ‘미아리제국’ 등 10여편이 시장 개척에 열 올리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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