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내 출연연들의 하반기 기관고유사업이 다시 파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출연연 기관장들이 경영혁신을 6월말까지 이행하겠다는 각서를 지난 4월 기획예산처와 과학기술부 등에 제출했으나 약속기한 1개월이 다돼가도록 진전없이 정부부처의 눈치만 보고 있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총리실 산하 출연연에 따르면 과기부 산하 출연연을 제외한 기계연·생명연·화학연·항우연·에너지연·지질자원연·표준연·과기정보연 등 16개 출연연이 노사간 대학생자녀 학자금 보조폐지, 연·월차 수당 축소 등 경영혁신 사항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획예산처로부터 수시배정예산으로 묶여 있는 600억원 가량의 하반기 기관고유사업비 집행이 보류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번 사태로 기관고유사업의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다 당장 예산을 집행받더라도 장비 구입 절차상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자체가 차질을 빚고 있는 등 연구포기 사태마저 예상되고 있다.
지난 6월말 출연연 노사는 합의시한을 1주일 연장하며 3차례에 걸쳐 공동협상을 벌였으나 대학생 학자금 보조 50% 지원안 등에 기획예산처가 타기관과의 형평성을 들어 재검토를 요구, 재협상을 벌여왔으며 과기노조측은 임금협상과 함께 경영혁신 사항을 일괄타결하자는 제안을 최종 협상에서 제시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연구단지내 출연연들은 기관고유사업비 집행보류가 현안으로 다가섬에 따라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연구단지의 연구분위기가 다시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초점은 임금의 일부분으로 되어 있는 연월차 수당 폐지, 효도휴가, 10년장기근속 휴가 등 비법정 휴가 폐지 등으로, 부분적으로는 노사협상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전체적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대학생 학자금 보조 폐지의 대안으로 무이자 융자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기관마다 퇴직금 정산 상황 등 재정상태가 달라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출연연은 또 정부로부터 자율적인 타협권을 보장받았으나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부부처의 보이지 않는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각서 요구 등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과기부가 다시 나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출연연을 활성화하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기획예산처는 공기업의 경영혁신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과 경영혁신 없는 추가적인 예산집행은 곤란하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경영혁신에 관한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나름대로의 자율권을 가지고 실무협상을 수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는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와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지만 원칙적인 이야기만 오가고 있다”며 “일단 대화상대가 있는 만큼 노사간 접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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