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함께 성장해온 주변기기. PC와 마찬가지로 외국업체들의 입김이 거세다. 메인보드·프린터·스캐너·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그래픽카드·사운드카드 등 대부분의 주변기기는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조차 외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메인보드나 사운드카드의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대만 등 해외업체에 시장을 완전히 내준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IMF 이후 국내 업체들의 선전으로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시장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점유율은 제로나 마찬가지. 다만 최근 일본, 유럽,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시작돼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HDD 역시 외국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며 국내 업체 가운데선 삼성전자만이 겨우 명함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6%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몇년 전부터 사업포기설이 나오는 등 국제경쟁력은 미약한 상태다. 프린터의 경우 HP, 엡손, 캐논 등 세계 시장의 9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해외업체가 국내에서도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OEM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린터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난해 총 수출규모가 7억달러에 달하는 등 수출 주력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업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주변기기 분야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광저장장치와 모니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다른 주변기기와 달리 광저장장치와 모니터는 PC산업의 위축에도 꾸준히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데다 차세대 제품군으로 변화 역시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CD롬드라이브, CDRW, DVD롬 등으로 대표되는 광저장장치는 지난해 전통적인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컬러TV, VCR 등을 제치고 국내 전자제품 수출 순위 7위에 올라섰다. 수출 상승세도 주목할만한데 98년 대부분의 국내 전자제품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데 반해 광저장장치는 그해 5.4% 신장한 데 이어 99년에는 42.6%, 그리고 지난해에는 10대 전자제품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75.7%의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은 총 17억달러에 달하며 지난 5월까지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대비 15% 감소한 4억8000만달러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광저장장치를 개발, 생산해온 업체는 단 2곳,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부다. 그러나 두 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이미 30%선을 돌파, 1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일본, 대만과 동등한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LG전자와 히타치가 합작설립한 HLDS가 LG전자를 이어 삼성전자와 함께 수출첨병으로 나섰다. 두 업체의 매출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0% 가까이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HLDS는 양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기술경쟁력 역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을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핵심 부품인 픽업 부문에도 국산화가 활발히 이뤄져 삼성전자의 경우 광디스크 드라이브 전 분야에 적용되는 광픽업을 모두 개발했으며 HLDS는 CD롬드라이버 픽업을 개발한 데 이어 CDRW, DVD롬 픽업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이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부품 국산화율도 70% 수준까지 높아졌다. 컴팩과 델컴퓨터가 실시한 국내 업체와 일본 업체의 불량률 비교평가에서 한국기업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광저장장치의 경우 대형 PC업체 수요가 70%를 상회하고 이들이 신뢰성과 수급 안정성을 들어 기존 대형 공급처를 선호하며 중소업체 중심인 대만 업체는 입지가 좁고 일본은 가격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의 선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DVD기록 제품, 디지털미디어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디스크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모니터는 광저장장치와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다. 한국은 대만에 이어 세계 2위의 모니터 생산 및 수출국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전년 28% 수준에서 33%(3200만대 규모)로 증가했으며 올해 국내 모니터 총 수출액은 어림잡아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인 팽창과 함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니터, 평면 모니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도 100만대 이상 팔렸으며 17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가 금액 기준으로 전체 판매액 중 50% 이상을 차지,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점유율면에서는 대만에 다소 뒤지지만 대만에 비해 수익성이 큰 자가브랜드 수출과 고부가가치 수출 비중이 높다. 기술이 앞서 있다는 일본과는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으며 동시에 대규모 수출에서 비롯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일본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오히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3%로 세계 1위 업체로서의 아성을 굳히고 있으며 LG전자도 3위에 랭크돼 있다. 이미지퀘스트, IMRI, 한솔전자 등 중견 후발업체들도 유럽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급성장이 예상되는 LCD 모니터 수출도 지난해 전년대비 84.4% 늘어난 1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4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51.9% 늘어난 6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큰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FT LCD 모니터 시장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주 요인이다. 이 시장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700여만대에 못미쳤으나 최근 LCD 패널 가격이 급락, 올해는 두 배 가까운 1400여만대 규모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사는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49%의 고성장을 하면서 4625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데스크톱PC 모니터 시장에서 5.1%에 불과하던 LCD 모니터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에는 22%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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