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단말기·칩 업체

 비접촉식(RF) 메모리 교통카드 분야에 집중됐던 국내 IC카드 단말기 시장이 점차 기술 선진국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자화폐·이동통신 등 다양한 이용환경이 꿈틀대면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PC형 단말기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등의 고급 기술개발에 전문업체들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표준 규격 인증에 소홀했던 업계도 ‘PC/SC’ ‘EMV’ 등 해외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일부 선도업체들을 중심으로 그 성과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기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HW 일체형 칩 전문 개발업체도 등장하는 등 기술개발 열기를 한껏 고무시키고 있다. 편집자

◆재익정보통신

 재익정보통신(대표 박춘 http://www.jaeik.co.kr)은 스마트카드 단말기 전문업체로 관련 HW·SW 등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주력 멤버들이 지난 94년부터 단말기 분야에서 명성을 떨쳐온 백두정보기술 출신들로 전문 인력과 솔루션 구성면에서 월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재익정보통신의 단말기는 몬덱스인터내셔널이 제공하는 몬덱스 형식인증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SC’ 국제인증을 획득하는 등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결제원의 K캐시 전자화폐 인증을 얻어 국내외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한마디로 스마트카드에 수록된 정보의 읽기·쓰기가 가능한 단말기다. 이 과정에서 보안과 인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나 인터넷뱅킹시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개인별 정보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에 로열티나 고객관리 등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된다. 공인인증서나 출입통제, PC보안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은 폭넓은 활용성 덕분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PC용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크게 두가지. 우선 PC 접속형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국내에선 드물게 ‘PC/SC’ 규격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인 개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지닌 제품이다. 해외 전문기관이나 업체들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 다른 제품인 PC 내장형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일체형으로 PC 사양에 맞춰 개발이 가능하고 별도의 공간이 필요없다는 장점을 가졌다.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을 통해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보통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정보통신(대표 류예동 http://www.kicc.co.kr)은 부산시 하나로 교통카드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자다. 가장 성공적인 교통카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하나로 교통카드의 숨은 일꾼이 이 회사인 셈이다.

 하나로 교통카드는 카드 한장으로 버스·지하철·택시 및 통행료 등 각종 교통관련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일반가맹점이나 백화점 등지에도 물품대금 지불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부산 시민 400만명 가운데 350만명이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생활필수품이 돼 버렸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성·범용성·편리성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은 특히 지난 99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온 결과 최근 자체 개발한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국제적인 수준에 올려놓았다. 세계 산업표준 가운데 하나인 ‘EMV’ 인증을 비자인터내셔널로부터 획득한 것이다. 국내 스마트카드 산업 역사 이래 첫 사례였다. 한국정보통신의 EMV 단말기는 32비트 CPU와 확장성이 뛰어난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며 앞으로 국내외 스마트카드 시장에서 수입대체 및 수출촉진의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정보통신은 또 인터넷 전자상거래(EC) 환경에서 안전하게 신용카드로 거래할 수 있도록 가상 신용카드 조회기(이지패스 서비스)를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위 SW 형태로 신용카드의 조회·승인·매입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쇼핑몰과 신용카드사간의 안전한 지불결제 서비스를 일괄 대행해주고 있다.

◆케이디컴

 케이디컴(대표 윤학범 http://www.kde.co.kr)은 사명을 변경하기전 ‘경덕전자’로 국내외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혔던 마그네틱카드·스마트카드 단말기 전문업체다. 케이디컴(구 경덕전자)은 지난 87년 설립이후 주로 마그네틱 단말기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금융자동화, 보안시스템 및 공중전화용 단말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스마트카드 분야로 확대한 이 회사는 한국통신 IC카드용 공중전화기, 부산 하나로 교통카드의 RF 카드단말기 등을 각각 납품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실적을 토대로 케이디컴은 전자지불 토털솔루션 확보를 향해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교통요금 자동징수시스템(AFC) 사업을 추가, 종전 단순 단말기 제조에서 정산시스템에 이르는 일괄 공급체계를 구축했으며 교통카드 분야에서는 종합 시스템통합(SI)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유무선 겸용 전자자금이체단말기(EFT-POS)나 자판기용 스마트카드 단말기, 인터넷상에서 소액결제를 지원하는 더미형 단말기 등도 제품 라인업에서 빠질 수 없는 솔루션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스마트카드 단말기의 경우 연내에 ‘PS/SC’ ‘몬덱스’ ‘EMV’ 등 국제 인증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종전 유선환경과 CDMA·GSM·RF 등 각종 무선통신도 수용할 수 있는 신형 단말기를 연말경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부산 하나로 교통카드와 대구 대경교통카드 시스템에서 그 성능을 입증받은 것에 힘입어 여러 지자체들과 단말기 공급 협의를 진행중이다. 케이디컴은 현재 국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국민건강보험카드 프로젝트에도 KHC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이버넷

 지난 98년 설립된 사이버넷(대표 이종후 http://www.cybernet.co.kr)은 회사 출범초기부터 줄곧 해외 스마트카드 단말기시장 진출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프랑스 젬플러스사의 유통 자회사인 ‘젬웨어’가 이 회사와 제휴를 맺고 해외 판매망을 책임지겠다고 한 것도 단말기 분야의 기술력과 해외시장에 대한 원대한 목표를 신뢰해서였다. 사이버넷은 현재 한국정보통신과 더불어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EMV’ 인증을 얻어 낸 기업.

 사이버넷은 젬웨어를 통해 지금도 자사 IC카드 단말기인 ‘제이드’를 세계 7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각각 호주 및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 첨단 기술개발과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회사가 올해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는 금액만 약 200억원. 이 가운데 지난 4월 영국에 공급한 택시용 무선단말기와 홍콩 등지 은행권에 납품한 금융용 스마트카드의 기술력은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은 성과물이다. 사이버넷의 EMV 단말기는 종전 신용카드 위변조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신용카드 전표 매입의 책임소재가 카드 발행자에서 전표 매입자에게로 바뀌면서 생기는 위험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또 유무선 EC 환경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할 수 있는 국제표준 규격의 제품이다. 사이버넷은 △임팩트스프로켓프린터형(Neo2000) △열전사 프린터형(Jade) △프린터 분리형(Lapis) 등 다양한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오는 10월까지 CDMA 및 GSM 모듈을 내장한 무선단말기 ‘제이드에어’를 야심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사이버넷은 특히 EMV 인증과 함께 유럽·미주지역에서 요구하는 ‘CE’ 및 ‘FCC’ 규격인증도 취득, 제품의 안정성이 탁월한 점이 돋보인다.

◆크로스반도체기술

 크로스반도체기술(대표 민병기 http://www.crosssemi.com)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카드단말기용 칩 전문 개발업체다. 저렴한 비용에 단말기 처리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지만 고난도의 주문형반도체(ASIC)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시장진입이 쉽지 만은 않다. 지난 99년 설립 이래 꾸준히 R&D에 주력해 온 이 회사는 최근 들어 속속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스마트카드 리더용 ‘스칼렛’칩과 ‘스나이퍼’칩이 그 성과물이다.

 스칼렛과 스나이퍼는 단채널만을 지원하던 종전 칩 제품과 달리 두가지 채널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아키텍처로 구성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카드의 데이터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지연 문제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카드 ‘ISO7816-3’ 규격의 T=0, T=1 프로토콜을 하드웨어 방식으로 동시 지원함으로써 두가지 이상의 작업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크로스반도체는 이 기술을 이미 특허 출원해 놓은 상태다. 역시 2채널 방식의 비동기식 인터페이스를 갖춘 ‘마이더스’ 칩은 최근 개발을 완료, 월텍정보통신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크로스반도체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 촉망받는 기대주다. 대만 퓨어텍사에 스칼렛을 납품하기 위해 공동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에이서와는 신제품인 스칼렛2 칩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대만·중국·일본 등지에는 현지 대리점이 설립되는 한편 북미·유럽·남미지역에도 연내 유통망을 개설할 계획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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