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가 “산하기관 및 단체의 체계적인 관리와 기능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대놓고 정부를 비판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률이나 부처가 없어 산하기관간 기능이 중복되는 등 본질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정부관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그동안 개혁의 사각지대로 여겨져온 정부 산하기관의 문제점을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정부 산하기관 신설을 억제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또 기획예산처와 같은 관련부처가 전체 정부 산하기관의 기능·예산·재원조성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도 저간의 언론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주목되는 내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또다시 불거졌지만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질타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부 산하기관 어떻게 운영되나’라는 이번 보고서에 발표된 것처럼 총 361개인 정부 산하기관에 38만여명이 종사하며, 연간 사업예산은 143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산하기관의 예산과 인력은 각각 정부예산과 공무원 정원의 152%, 100.8%로 사업예산은 중앙정부보다 많고 인력은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법령이나 부처가 없어 전체적인 규모나 운영실태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투자기관·출연기관·보조기관 등 기관의 성격별로 관리되고 위탁기관이나 법정단체에 대한 관리법령은 없기 때문이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정부 산하기관이 수행중인 위탁업무 중 특정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민간기업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시대변화에 맞게 이를 재정비해 민간 참여가 가능한 부문은 민영화를 추진하거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정목적의 사업운영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준조세 부담도 완화되어야 한다. 실제로 국내 100대 기업이 지난 99년에 납부했던 부담금과 출연금 등 각종 법정준조세가 세금납부액의 8.22%에 이르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
그동안 정부 산하기관이 정부지원하에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최고경영자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효율이라곤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두 차례의 혹독한 구조조정작업을 거치면서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수익이 나는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등 정부 산하기관이 요즘들어 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불필요한 조직확대와 잉여인력 껴안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차제에 낙하산 인사 관행도 근절되어야 한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공기업 경영진에 임명하는 것은 정부가 표방하는 공기업 개혁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정부 산하기관 등 공공부문 개혁이 중요한 것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낭비와 비능률·비효율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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