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e청사진` 그룹들이 변하고 있다>(10)동부그룹

올해 말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빌딩 옆에 준공예정인 지상 35층 규모의 최첨단 강구조 건축물인 동부금융센터. 동부그룹은 이곳에 6개 금융보험 자회사는 물론 동부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도 모두 입주시킬 계획이다.

 

 자산총액 기준 국내 재계순위 15위 동부그룹(회장 김준기 http://www.dongbu.co.kr)은 지난 69년 김준기 회장이 설립한 미륭건설(동부건설의 전신)이 모태다. 이때 김 회장의 나이 스물다섯. 이후 중동특수에 힘입어 85년 중동에서 완전 철수할 때까지 20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했고, 후에 이것이 매출액 7조원을 자랑하는 현 동부그룹의 종잣돈이 된다.

 건설업으로 일어선 동부. 하지만 21세기의 동부그룹은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을 다음 세기 주력사업으로 꼽고 있다.

 ◇3개의 주력사업=이미 그룹매출의 40% 가량을 점하고 있는 금융보험부문은 90년대 초반부터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을 중심으로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들 3개사를 비롯해 금고, 투신, 캐피털까지 6개 금융보험 계열사를 이루고 있는 동부는 올해부터 6개사간 장벽을 제거하고 △각사간 제휴상품 개발 △공동 마케팅 △고객정보 공유 등을 통해 이른바 ‘토털금융’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동부그룹은 지난 6월 ‘동부FIS’(Financial Information System)라는 별도 신규법인을 출범시켜 5개 금융계열사 전산조직과 시스템을 통합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케 하고 있다. 현재 5개 계열사 150여명의 전산직 인력을 모두 흡수한 동부FIS는 오는 2003년부터 도입 예정인 바카슈랑스(은행+보험상품) 업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각사별로 분리돼 있던 IT시스템을 통합하고, 동부신용금고와 동부캐피탈 등 그동안 타 계열사에 비해 IT투자여력이 부족한 곳에도 양질의 IT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금융보험부문 다음으로 동부그룹이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밀고 있는 것이 반도체와 첨단 바이오분야다.

 먼저 반도체분야의 경우 지난 97년 IMF를 계기로 비메모리 파운드리 분야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동부그룹은 동부전자를 설립, 금년 초 4억여달러의 국내외 자본을 조달하고 일본 도시바를 협력·고객사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동부전자는 올해 말까지 총 7억5000만달러의 자본금을 추가 유치, 이를 통해 연말까지 월 2만장 규모(8인치 웨이퍼 기준)의 수탁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바이오분야는 동부한농화학이 맡고 있다. 한농, 영남화학, 울산석유화학을 합병해 설립한 동부한농화학은 이미 국내 최대의 농약·비료·종묘 생산업체다. 동부그룹은 동부한농화학 산하 3개 연구소의 풍부한 사업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전공학, 미생물농약, 신약 등 바이오 제품의 생산과 개발에 사업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신약개발연구소는 최근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2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뇌졸중 치료물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 현재 임상실험 단계에 있다. 특히 동부한농화학 대덕연구단지 내에 바이오벤처 창업보육센터인 ‘동부신기술사업화센터’를 건립, 20여개의 바이오·환경분야 유망 벤처기업을 입주시켜 연구개발은 물론 세무·회계·특허·법률 지원까지 실시하고 있다.

 ◇e비즈니스=동부그룹의 e비즈니스는 사업부문별, 계열사별로 각자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개별 진행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동부건설의 건자재 e마켓플레이스인 빌더스넷. 현재 빌더스넷은 영업시작 1년 만에 기업회원만 3000여사에 달하며, 거래실적 역시 월간 거래건수 100건, 거래금액 100억원을 기록중이다. 이에 따라 영업개시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등 동부그룹내 e비즈니스 부문중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다.

 지난 3월 기존 고객사와의 거래를 온라인화한 ‘동부비즈니스플라자’를 선보인 동부제강은 최근 온라인 거래량이 월 2만톤을 상회했다. 이는 동부제강 총거래 물량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하반기부터는 수출물량에도 온라인 거래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동부한농화학도 현재 내부 ERP, KMS, CRM 등의 도입을 시작으로 오는 2005년까지 구매·판매·마케팅·서비스 등 기업활동 전부문을 e비즈니스화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단계별로 이행중이다. 특히 동부는 올해 말로 예정된 ‘동부금융센터’ 완공에 맞춰 금융포털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하에 최근 ‘e비즈니스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정택 전무)를 가동, 인터넷을 통한 일괄청구 및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동부그룹을 움직이는 싱크탱크

‘(주)동부’

 사명(社名)으로 봐서는 언뜻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는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지난 1월. 동부그룹은 철구조물 제작과 조경공사 등을 주력으로 하는 동부건설의 계열사인 삼락기업에 20억원을 증자, 자본금 30억원의 (주)동부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설립 당시 이 회사의 대표에 김준기 회장과 손건래 금융보험부문 부회장이 공동 선임돼 사내외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주)동부는 한마디로 동부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탄생된 실험적인 조직이다. 동부그룹의 조직과 인력은 크게 그룹의 주력인 금융보험부문과 이와는 이질적인 제조부문으로 이분화돼 있다. 금융보험부문 역시 유사 서비스를 시행하면서도 6개사로 쪼개져 있다. 따라서 동부 입장에서는 금융보험부문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조직과 인력에 대한 유기적 전략컨설팅을 위해 제3자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별도의 팀이 필요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주)동부다.

 “각 계열사간 통합 마케팅이나 시스템 종합관리 등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각 사의 이해관계가 상충, 관련 회의시 고성이 오가는 상황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금융부문사간 통합 관리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는 동부그룹의 한 고위급 임원의 말에서 향후 (주)동부의 역할을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 이명환씨<사진>와 조원구씨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조직 및 인사관리 분야 전문 경영인이다. 조 부사장 역시 외환은행 심사역과 CS퍼스트보스턴 서울사무소장 출신의 국제금융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현재 컨설팅 전문인원만 20여명을 확보한 (주)동부는 향후 각 분야 우수인력을 대거 영입, 그룹내 e비즈전략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개발 전문 두뇌집단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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