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특허심판원 남충우 심판장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경기에서 우리나라 축구는 예선 탈락하고 일본축구는 준우승 했다. 우리축구는 답보상태인 반면 일본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다. 그 이유는 일본 축구팀을 구성하는 다나카 등 주전선수 11명뿐만이 아니라 후보선수들까지 이제 세계적인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계축구시장에서 한 선수에 의존해서 월드컵에서 16강, 8강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듯이, 세계 부품·소재시장에서 평범한 기술이 돼버린 메모리용 반도체 하나에 의존해서 국가경제가 16강이나 8강에 도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위스에 있는 국가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2001년 세계경쟁력연감’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28위,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9628달러)은 세계 36위인 반면, FIFA에서 발표하는 세계축구순위는 37위다. 한 나라의 경제와 축구 수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슷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사실상 DRAM이라는 한 선수에 의존해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경제 월드컵게임을 수행해왔으니 우리경제가 세계 16강, 8강에 진입할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일본의 세계적인 학자요 경제비평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한국에, 부품 및 공작기계산업 육성없이 외환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충고했겠는가.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가 일본 전자산업의 ‘쇼룸’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Made in Japan’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Made in Asia’가 진열대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전자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 케이스 속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완제품생산기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돌리면서 첨단특허기술이 응축된 부품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언론은 지난 20년동안 애용하던 ‘전자입국’이란 일본의 수식어를 버리고 ‘IT부품입국’이란 신조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는 최근 일본의 전자부품생산액이 오는 2010년께 1780억달러로 늘어나 세계 전자부품시장의 23%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전자부품업계는 고밀도 PCB, 액정드라이버IC, 플라스틱렌즈, 초정밀소형모터, 리튬전지, 콘덴서, 소형LCD 등 IT관련 핵심부품시장에서 철옹성을 쌓고 있다.
정보통신혁명기를 맞아 우리나라가 완제품 생산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일본 산업계는 전자제품의 심장부에 위치한 특허 기술로 무장한 초소형 정밀부품을 장악한 셈이다. 미국이 ‘SW입국’, 아시아가 ‘완제품입국’을 지향한다면 일본은 ‘전자부품입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대북문제·노사문제·교육문제·여야관계·월드컵·환경 등이 우리나라 국가 전체에 있어서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주요 일간지의 1면, 2면, 3면 등을 매일 누빌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을 10년 이상 먹여 살려왔던 메모리용반도체와 같은 대표선수를 몇 명이라도 더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매일같이 노심초사할 수는 없을까.
박찬호나 박세리 같은 선수들의 승전보에 우리가 감격하고 있듯이 첨단 특허 기술로 무장한 우리의 대표부품·소재 기업들이 몇 개라도 출현해 세계 안팎에서 승전보를 전해올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월드컵 개최가 코 앞에 다가오니 축구경기장을 건설하고 외국유명감독을 영입하고 계속해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외환위기를 겪고 지옥에 떨어져 있다가 이제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세계적인 축구선구를 양성하는 것이나 세계적인 대표부품·소재기업(world best company)을 육성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소요될지 모른다.
일본의 교세라·TDK·무라타 등과 같은 대표 부품·소재기업을 육성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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