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요. 인터넷사업 말하는 겁니까.”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의 e비즈니스 현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들었던 얘기다. 다행히 요즘은 꽤 많은 기업들 사이에 e비즈니스 마인드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e비즈니스 잘 할까요. 우리도 B2B 하면 돈 벌 수 있나요.”라는 물음이 많아진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인식만 확산됐을 뿐 오프라인 기업들의 e비즈 현실은 아직 사각지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기업들의 e비즈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각 기업들의 e비즈 추진팀이 입을 모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내부적 반발’이다. 오프라인 수익구조인 산업은 핵심역량을 오프라인 쪽에 가져가야 한다는 내부세력의 주장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e비즈 인프라 구축과정에서부터 이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얼마전 끝난 국내 한 특급호텔의 고객관계관리(CRM) 구축과정에서는 고객정보를 DB화하는데 식음료부서, 프론트오피스측과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당초 6개월이던 구축기간이 1년 3개월이나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광고제작사의 경우 그룹 계열사인 SI업체의 필요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구조를 강조하는 사원들의 반대로 인프라 구축작업이 전면 보류됐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e비즈요, 투자대비 기대효과가 없는 걸 왜 합니까. 광고산업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CRM 필요없어요.”
e비즈의 꽃이라 불리는 B2B 추진에서도 내부 반발은 극명하다. “기존 거래망을 버리면서까지 검증되지 않은 사이버 거래처에서의 구매는 위험합니다”고 말하는 구매부서의 주장은 ‘남이 하니까 우리도’를 경계하자는 의미보다는 무자료거래, 어음남발, 고정 고객층과의 연결고리 등을 통해 수년간 쌓아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진다.
“온라인 거래, 좋지요. 하지만 투명한 거래에 따른 세금 납부는 어쩌죠. 세금 적게 낼 수만 있다면 모든 거래를 온라인으로 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 호텔 최고경영자의 말이 바로 오늘의 우리 e비즈 현실이다.
<디지털경제부·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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