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통신업계 `2인의 헌혈왕`

 “제가 기증한 혈액으로 꺼져가는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것이 있다. 붉은색 십자가가 새겨진 적십자 차량과 그 앞에서 행인을 붙잡고 헌혈을 요청하는 간호사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십자 차량과 간호사들만 보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딴청을 피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간호사들이 붙잡지도 않았는데도 용기있게 헌혈차량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김준 사원(26)과 LG텔레콤의 이상선 과장(36)이 이같은 사람들이다.

 김준씨는 지난 97년 이후 혈장헌혈과 전혈헌혈을 포함, 모두 33차례에 걸쳐 헌혈을 했다. 김준씨는 적십자에 등록을 하고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등록 헌혈자다. 이 과장도 지난 93년 이래로 꾸준히 13회가 넘게 전혈헌혈을 해왔다.

 이들이 헌혈 봉사활동에 참여한 동기는 ‘측은지심’ 때문이다. 김준씨는 고등학교시절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돌보면서 헌혈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에는 건장한 자신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헌혈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 과장은 TV에 나오는 적십자 홍보물을 보고 자신의 조그만 노력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헌혈에 나선 경우다.

 이 과장은 지난 94년 직장 동료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급하게 수혈을 해야했을 당시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헌혈증을 모아 기증한 적이 있다고 한다. 헌혈이 멀리있는 사람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도 필요하다는 것. 이 과장은 “직장 동료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헌혈은 때로는 자신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정기적인 헌혈을 통해 각종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봉사한다는 느낌이 들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김준씨는 “입사 면접시험때 헌혈 경험을 말해 큰 도움을 봤다”고 말했다.

 헌혈을 하면 간단한 기념품을 하나씩 받는다. 종로에서 헌혈을 하고 인삼차 세트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이 과장은 “기념품 수준을 넘어서는 선물을 받고 나서 헌혈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준씨는 헌혈하면서 TV에 출연했던 간호사를 만나 담소를 나눈 적도 있었고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곳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워진 것도 즐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헌혈이 항상 즐거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짧은 기간동안 수차례 헌혈을 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앓기도 했다고 말한다. 김준씨는 신입 간호사들이 자신의 혈관을 찾지 못해 수차례 바늘에 찔려 며칠간 고생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각도 따스한 것만은 아니다. 헌혈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헌혈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업무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중에 또는 퇴근길에 헌혈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준씨와 이 과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다. 김준씨는 “충청북도 음성 꽃동네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해 본 적이 있다”며 “이들의 봉사에 비하면 헌혈은 봉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헌혈과 헌혈증서뿐 아니라 나환자촌 등에도 성금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준씨는 “친구, 동료들과 헌혈차를 세번 정도 방문하면 그들도 한번 정도는 동참하고 있다”며 “많은 말보다 실천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헌혈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도 건강이 유지될 때까지는 정기적으로 헌혈을 할 것이며 헌혈에 뜻을 두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 동호회를 조직, 사내외에 헌혈의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뜻을 비쳤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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