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면서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고민하고, 결국 아무 일도 안한 것 같으면서 결실은 결실대로 거두는 것이 제 사업 방식이자 생활철학입니다. 여유있게 사유하는 자세는 부족하지만 돌파력과 추진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출범한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PICCA) 김성현 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불도저로 통한다. 그 스스로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가 몸에 뱄다’고 하듯 지천명을 넘어선 사람답지 않은 패기와 혈기가 넘친다.
“1년 7개월째 PICCA를 이끌어오며 회장으로서의 결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이 뭉친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 조직 자체도 상황과 기회를 돌파하는 벤처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확신합니다.”
김 회장의 저돌성은 이전 조직이던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가 IT중소벤처기업연합회로 새 출발하는 과정에도 십분 발휘됐다. 올초 조직 위상의 변화와 역할 다각화의 요구가 대두되자 곧바로 연합회로의 조직강화 방침을 정했고 이후 3개월여 만에 일사천리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탄생을 만들어낸 것이다.
“장단기적으로 연합회의 결집력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 과제입니다. 단순히 문패만 바꿔 단 것으로는 진정한 변화의 결실을 거둘 수 없습니다. 그동안 PICCA가 몇몇의, 몇몇에 의한, 몇몇을 위한 조직으로 안주해왔다면 이젠 전체적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참여해 일구는 PICCA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별기업은 약한지 몰라도 PICCA는 강하다는 것을, 어려울 때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PICCA의 본모습이라는 점을 회장직을 걸고라도 확인해 보이겠습니다.”
IT중소벤처기업연합회는 새 출발의 의미만큼 중차대한 과제들을 양어깨에 지고 있다. 우선 그동안 정보통신 분야에 국한돼온 중소·벤처기업 지원 역할을 전IT 부문으로 확대, 연합회의 지반 형성 및 강화에 우선적인 노력을 쏟아야 한다.
또 정부의 일관된 ‘벤처육성정책’을 함께 실천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외형적 성장을 넘어 실질적인 연합회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내용 생산과 정책 제안의 기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동기식 IMT2000사업과 관련해서도 연합회의 입지와 회원사의 요구를 동시에 고려한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IMT2000과 같은 대형시장에서 중소·벤처가 배제되지 않고 대기업과 함께 통신산업 발전의 한축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연합회에 주어진 임무인 것이다.
김성현 회장은 PICCA의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공식출범 당시 선포한 ‘IT기업인 헌장’을 상기하곤 한다.
“헌장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국가경제 주도세력인 IT기업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습니다. 5개 항으로 이뤄진 헌장의 주요 내용은 △신기술 개발 총력 전개 △해외시장 진출 강화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 △정보격차 해소 노력 △신경제 패러다임 주도 등입니다. 비록 연합회 회원사가 아니라도 IT 분야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모든 이가 되새기고 다져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합회가 백년대계인 헌장 내용을 앞서 실천하고, 회원사들이 팔을 걷고 동참한다면 우리의 앞길은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회는 올초 산하의 여성벤처기업인들을 한데 모은 ‘PICCA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혜정)’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IMT2000특별위원회도 운영 중이며 특별위원회와는 별도로 9개 업종별 분과위원회를 둬 회원사 밀착형 기획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2개 특위와 9개 분과위의 강화를 통해 아래로의 정책집행력과 위로의 조직결속력을 함께 높일 생각을 갖고 있다.
“특위의 정책제안적 역할과 분과위가 갖고 있는 기술협력틀로서의 임무를 조화롭게 잘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의 조력을 얻어서라도 이들 특위와 분과위의 활동력, 사업성과를 높이는 데 힘을 쏟을 작정입니다. 특히 특위·분과위의 운영 및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PICCA 사무국 차원의 내용있는 지원이 뒤따르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더욱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핑계삼아 자신이 설립하고 경영하던 회사 넥스텔의 사장직을 후배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줬다. 살점같이 애착을 느끼던 회사의 경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자의 우문에 김 회장은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어떤 사람이 특히 잘하는 부문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특히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변을 정리한 것이지요”라고 현답했다.
김 회장은 일을 찾아다니며 벌이고, 저녁 시간 이후에도 업무약속을 잡거나 사람을 만나 또 다른 일을 벌이곤 한다. 물론 다혈질이고 다분히 공격적인 성격이 만들어낸 적극성 때문이지만 그의 가정 상황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의 가족은 그야말로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글로벌 패밀리’로 살고 있다. 그 자신도 일본 오사카의 한국인학교에서 교감직을 맡고 있는 아내와 떨어져 서울에서 독수공방한 지 벌써 수년째다. 큰아들과 작은아들 둘은 일본 도쿄의 재팬넥스텔에서 근무하고 있고, 하나뿐인 딸은 호주에서 유학 중이다.
“이런 상황이니 집에 들어가도 일상적인 가정의 따뜻함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가끔은 외로움에 몸서리를 칩니다. 업무시간 이후에도 자꾸 일을 벌이는 것은 가족과 떨어진 집에 들어가 상념에 휩싸이는 것보다는 일에 묻혀 상황을 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의 말대로 앞만 보고 달려온 과정에서 큰 실패도 겪었고, 그것보다 훨씬 화려한 재기도 경험한 김 회장은 앞으로의 길이 완전히 순탄하기만한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벤처기업인의 맏형으로, 연합회의 회장으로, 넥스텔의 회장으로, 글로벌 패밀리의 가장으로 그가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에겐 용기의 눈빛이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과의 신의와 의리가 있다. 이것이 어느 역할에서든 그의 성공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서일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약력>
△49년 서울 출생 △71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71∼76년 동양ERP 상무 △79∼86년 대양공업 대표이사 △87∼94년 일본 대양공업 대표이사 △94년 7월 넥스텔 설립 대표이사 △99년 2월 문화관광부 게임종합지원센터 이사장 △99년 2월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위 과정 수료 △99년 3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사 △2000년 1월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회장 △2001년 7월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PIC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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