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m me up, Scotty(내게 광선을 쏴줘, 스코티).’
공상과학영화의 대명사 ‘스타 트렉’에는 인간의 보편적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물질전송장치라는 미래의 기기를 이용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장소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다.
기계에서 나오는 광선을 받으면 인간의 신체는 디지털화된 소립자로 분해되고 동시에 빛의 속도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 재구성되는 것. 마치 MP3음악파일을 압축하고 다시 복원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이 영화 주인공들은 입버릇처럼 서로에게 “내게 광선을 쏴줘”라고 말한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있으면 인간의 몸을 소립자로 분해해 광속으로 공간이동을 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지적능력과 수십억 기가헤르츠(㎓)급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해야만 가능하다.
1971년 인텔이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내놓은 이후 지난 30년 동안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류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 손톱만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1만8000개의 진공관과 3000㎥(cubic feet)의 집채만한 슈퍼컴퓨터 에니악을 개인용 컴퓨터(PC)로 줄여 놓으면서 생활에 대변혁을 가져왔다.
지금이야 PC로 일어난 생활혁명을 이해하지만 처음 PC가 등장했을 때에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PC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조리 재료인 레시피를 저장하는 정도면 몰라도. 전문가들조차도 PC의 등장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77년 당시 디지털이큅먼트(DEC) 회장이던 켄 올슨은 “가정에서 컴퓨터가 필요할 까닭이 없다”고 말해 훗날 말의 뒷수습을 하는 데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PC등장은 가정과 사무실의 모든 환경을 바꿔 놓았다.
가정 주부들이 PC를 이용해 자녀들에게 멀티미디어 교육을 하고 가족의 영상앨범을 만들며 인터넷에 연결해 먼 친척과 영상전화를 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미만의 아이들도 PC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음악을 들으며 영어공부도 한다. 홈 오토메이션 환경이 잘 구축된 가정에서는 TV나 세트톱박스·냉장고 등이 모두 PC에 연결돼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의 업무환경을 변화시킨데 있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업무공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대형 컴퓨터를 들여놓았던 기업들은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초소형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으로 간편하게 기업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다.
물론 전사원의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지구촌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각종 시장 변화를 즉시 업무에 반영할 수도 있으며 해외 출장중에도 초소형 PDA와 영상이동전화를 갖추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보고를 마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컴퓨팅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목표물을 정조준하는 초고속 패트리어트 미사일에도 미래의 가나안 땅을 찾아 비행하는 우주왕복선에도 시속 200㎞로 달리는 스포츠카 안에도 정보를 제어하고 연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디지털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기기를 하나로 통합한 신개념의 정보기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들 차세대 기기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더욱 작아지고 고성능화되는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더 강력해질 것인가.
‘무어의 법칙’을 주창한 인텔의 창시자 고든 무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반도체 기술이 발전한 만큼 자동차 산업과 그 기술이 발달했다면 롤스로이스는 1L의 휘발유로 20만㎞를 주행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롤스로이스를 주차하는 것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일 정도로 가격이 낮아졌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례로 최근 나온 펜티엄4는 최초의 IBM PC에 사용된 인텔 8088 칩보다 3만%나 빠른 반면 가격은 그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는 30년의 역사동안 수없이 변신을 하며 빠르게 발전해 왔고 스스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대중화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같은 속도면 오는 2010년 경에는 수십억 ㎓급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것이다. 또 PC의 프로세싱 능력은 현재 초당 15억사이클에서 초당 100억사이클로 증가할 것이다.
이 때쯤 가면 아마 스타 트렉에서 보여 주었던 장면중의 상당부분이 현실화될지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펼치는 세상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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