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PC용 CPU시장-신진세력 가세...치열한 `4파전`

 ‘이제부터는 둘이 아닌 넷이서 싸우자.’

 인텔과 AMD가 주도해오던 IBM 호환 PC CPU 전쟁에 신진세력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PC에 다크호스로 등장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트랜스메타와 사이릭스를 인수해 CPU시장에 뛰어든 비아(VIA)가 그 장본인이다.

 영원한 맞수인 인텔과 AMD의 2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CPU시장을 더이상 앉아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들은 칼을 뽑아들었다. 트랜스메타·비아 등 신진세력의 등장으로 AMD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인텔과 명실상부한 2위 업체로 등극한 AMD 두 회사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CPU 시장은 4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인텔은 지난 20여년 동안 전세계 CPU시장의 대부분을 과점하면서 사실상의 맹주로 군림해오고 있다. 더욱이 연간 차세대 CPU 개발에 쏟아붓는 연구개발(R&D) 비용이 경쟁업체들의 연간 매출총액을 넘어서는 철저한 미래대비 전략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일무이한 최강업체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인텔의 독주도 더이상 시장에서 용납되지 않고 있다. 인텔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AMD가 AM386 CPU를 들고 나온 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날 AMD는 시장점유율 21.5%(2001년 1분기 현재)를 차지하면서 부동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AMD가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20%를 상회하는 CPU시장을 빼앗아간데다 신진세력의 도전 또한 만만치 않아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99년 기술특허 부문에서 AMD가 825개의 특허를 획득하면서 735개를 획득한 인텔을 따돌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에도 그대로 재현돼 AMD가 1055개의 특허를, 인텔이 797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우연이 아닌 노력의 산물로 AMD는 더이상 기술적인 면에서도 인텔의 다음이 아니다.

 인텔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후발업체들의 노력은 최근의 CPU 작명상황에도 잘 나타나 있다. AMD는 인텔의 펜티엄4에 대응하는 제품을 지난 5월 출시하면서 그 이름을 애슬론 4로 확정했다. 언뜻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과거 인텔이 486의 후속제품을 586이 아닌 펜티엄으로 전환했던 상황을 되짚어 본다면 중요한 사실이다.

 당시 인텔은 경쟁업체들이 x86이란 제품명으로 자사 제품과 동종경쟁을 벌여오는 관행을 깨기 위해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했고 그 이후 발표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펜티엄Ⅱ, 펜티엄Ⅲ 등으로 작명,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AMD가 코드명 팔로미노의 정식명칭을 애슬론2, 애슬론3를 건너뛴 애슬론4로 결정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AMD가 애슬론4의 소비전력을 인텔 펜티엄Ⅲ/펜티엄4보다 낮게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인텔이 펜티엄4 모바일CPU를 상용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슬론4 모바일을 먼저 내놓은 것은 인텔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트랜스메타 크루소의 등장은 모바일CPU업계의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바일컴퓨팅 환경이 강조되고 있는 21세기에 소모전력을 최소화한 것은 모바일PC 및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트랜스메타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리눅스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저명한 엔지니어들을 확보해 응용성이 강조된 모바일CPU 개발에 나섰고 세계 굴지의 PC업체들을 주요 주주로 확보하고 있어 연구개발과 시장개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에너지 효율성, 배터리 지속성, 호환성, 정숙성을 강조한 크루소 CPU는 경박단소화를 꿈꾸는 노트북 및 웹패드 제조업계로부터 인정받고 있어 인텔과 AMD를 자극하는 다크호스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트랜드메타는 0.18미크론 공정을 적용한 500∼667㎒ CPU를 비롯해 0.13미크론 공정의 700㎒ CPU를 개발, 시장을 공략중이며 1㎓ CPU가 추가로 개발되는 내년에는 고성능 모바일PC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PU 경쟁 4파전의 또다른 주역은 내셔널세미컨덕터로부터 사이릭스 CPU부문과 IDT로부터 켄타우루스 CPU부문을 인수해 이 시장에 새로 뛰어든 비아다. 비아는 기존 사이릭스와 IDT의 장점을 하나로 묶은 C3 CPU를 개발하고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비아는 초전력 소비, 낮은 발열 등의 장점으로 초기 CPU시장에서 주목받겠다는 전략 아래 0.13 및 0.15미크론 공정의 CPU를 제작중이다. 최근까지 발표한 CPU의 처리속도는 500∼800㎒의 9종으로 저가PC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어 CPU업계에 새로운 경쟁상대로 급부상중이다.

 또 비아는 이번 3분기중 0.13미크론 공정의 1.2㎓ CPU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인텔·AMD 등이 벌이고 있는 CPU 속도경쟁에 본격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텔이 잘 만들어진 CPU와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주기판 칩세트 등으로 CPU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처럼 비아 역시 인텔에 버금가는 주기판 칩세트업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 창출로 단기간에 CPU부문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굵직한 신규업체들의 가세로 기존 2파전 양상은 4파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며 AMD가 시장참여 10년만에 인텔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10년 후에 어떠한 상황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점칠 수 없게 됐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