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설계할 인력약성 급선무
“국내 마이크로프로세서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 설정과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미 방향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를 직접 개발하거나 아니면 지적재산(IP)를 사다 쓰는 것과는 상관없이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개발해 나가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차세대 SoC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 양성입니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을 운영하고 있는 경종민(47)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한국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포함한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설계 인력 양성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지난 90년부터 정부 국책과제를 맡아 직접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주도해온 그로서는 그 과정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이 바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었다.
그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발전하면서 공정이나 소재 쪽 연구는 활발했으나 사실상 반도체 회로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투자나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그는 90년대 초부터 정부에 반도체 설계와 관련한 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95년부터는 직접 IDEC를 맡아 운영해왔다.
특히 KAIST 김춘기 교수의 후학으로 75년부터 반도체 장치를 만들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그는 87년 한글폰트 생성칩을 개발했고 89년부터는 각종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연구했기 때문에 남달리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해 할말이 많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의 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개발체계(MDS)와 디버거 등 부가기능을 함께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인력 기반이 약한 우리로서는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임베디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 ARM의 경우도 비록 16비트·32비트 코어 기술을 판매하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자신들의 IP를 가져다 다양한 응용칩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능력이 뛰어나 성공했다는 게 경 교수의 평가다.
결국 인텔이나 AMD처럼 고성능 범용 프로세서를 만들지 못하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이도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 교수는 한국의 뛰어난 시스템 기술과 저력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꼽는다.
한국은 가전에서부터 멀티미디어·네트워크·차세대 이동전화 등 다양한 시스템에서 여느 선진국 못잖게 빠른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최근 부각되는 SoC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어차피 이제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돼 전반적인 시스템을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고 새로운 경쟁구도가 출현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비록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는 뒤졌을지 몰라도 시스템 기술과 공정기술을 가진 만큼 한 번 차세대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개발, 집중 육성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자체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미래 시장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이를 개발할 인력을 양성하는 데 대기업·정부·대학들이 전략을 짜고 합심해 나가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새로운 성공사례는 한국에서 나올 것입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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