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리메이크는 없다?, 영화 ‘물랭 루즈(Moulin Rouge)’ 사운드 트랙
‘물랭 루즈’는 1889년 파리 몽마르뜨 언덕의 클리시 거리에서 개장된 댄스홀의 이름이다.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라는 뜻인데 옥상에 붉은 네온사인 풍차가 돌고 있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물랭 루즈’가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유래한 프렌치 캉캉 춤과 여기 삶을 묘사한 로트렉의 그림이다.
권총을 등장시킨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최근 이 ‘물랭 루즈’를 배경으로 또다른 사랑얘기를 만들었다. 이상주의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과 폐렴으로 죽어가고 있는 물랭 루즈의 스타인 사틴(니콜 키드먼)과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춤과 노래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독특한 점은 여러곳에서 발견되지만 엽기적인 사운드 트랙(?)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영화의 배경은 20세기초인 데 반해 음악은 21세기 최첨단을 달린다. 또한 거의 모든 곡이 독특한 리메이크 버전들이다.
우선 냇 킹 콜의 히트곡인 ‘Nature boy’가 수미쌍관으로 맨 앞과 뒤에 수록돼 있다. 전자는 데이비드 보위가 마치 스팅처럼 유니크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후자는 그가 매시브 어택과 협연해 음산한 트립 합으로 완성했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Lady Marmalade’ 역시 리메이크 곡이다. 팁 팝의 기수 크리스티니 아길레라, 분홍색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개성있는 신인 핑크, 포르노 배우 출신인 하드코어 래퍼 릴 킴, 그리고 신인 R&B 싱어 마이야가 팀을 이뤄 디스코풍으로 리메이크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이 곡은 각각 두 명씩인 흑백의 미녀들이 아슬아슬한 의상으로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한 뮤직비디오로도 화제가 됐다.
이 앨범의 또다른 매력은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극 중에서 여러명의 무희들과 함께 부르는 ‘Sparkling diamonds’는 극 중 그녀의 별명이기도 한데, 마릴린 먼로의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와 마돈나의 ‘Material girl’의 절묘한 접속곡이다. 또한 솔로곡인 ‘One day I’ll fly away’에서는 미셸 파이퍼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감미로운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완 맥그리거는 듀엣이나 트리오 형태로 노래에 참여하고 있는데, 니콜 키드먼과 테너 가수 제이미 앨런과 함께 부른 ‘Elephant love medley’가 이 앨범의 압권이다. 이 곡은 비틀스, 키스, 필 콜린스, 폴 매카트니, 휘트니 휴스턴 등의 히트곡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는 재미있는 곡이다.
이 앨범은 수록곡의 스타일면에서도 스윙, 탱고, 디스코, 트립 합 등 다양하고 래퍼에서 테너 가수까지 크로스오버를 구현하고 있는 수작이다. 요즘 ‘난무’하는 사운드 트랙들 중 오랜만에 하나 건진 ‘짭짤하고 쫄깃쫄깃한’ 앨범이다.
<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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