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사대주의 위험수위

 

 영어를 무조건 중시하는 사회 풍조에 편승해 대학생들마저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영어와 구미의 문화를 희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요즘 캠퍼스에서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온통 영어로 디자인된 상품들로 무장한(?)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일반 학생들은 외국인 특례 학생들의 능숙한 영어 구사 능력은 물론 외국문화에 익숙해진 그들의 사고와 행동 하나까지도 동경하는 듯하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 광고 카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영어 우월 의식에 사로잡힌 대학생들의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가 여대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화장품의 국·영문 광고 카피에 대해 응답자의 69.5%가 ‘영문 카피의 광고 제품이 더 비쌀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반면 ‘국문 카피로 설정된 광고가 더 세련돼 보인다’는 항목에 응답한 사람은 2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대학생들의 의식 속에 국어보다 영어가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응답자의 76%가 ‘국문보다 영문 카피로 광고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대답, 영어를 선호하는 의식이 소비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대학생들이 영어를 선호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영어 구사 능력을 우선시하는 입시와 취업 제도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국제화 바람까지 가세하여 대학생들의 무조건적인 영어 사랑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언어가 사고과정에 깊게 관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영어를 동경하는 것은 나아가 영어를 모태로 한 영미문화를 우리 고유의 문화보다 더욱 중시하는 경향으로 흐를 수 있다.

  따라서 자기 개발을 위해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언어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을 형성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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