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사이버 고객 잡기 바람이 거세다. 요즘들어서는 각 증권사들이 할인권이나 푸짐한 경품을 내걸고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투자자(고객)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이버트레이딩이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전체 주식거래량의 66% 이상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세계 1위의 온라인 증권 거래국가로 기반을 다졌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의 사이버트레이딩 점유율인 30% 벽을 넘어서면서 사이버트레이딩 시장의 포화를 지적했으나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이버트레이딩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 5월중 온라인을 통한 증권(선물·옵션 포함)의 약정금액은 4월의 163조9000억원에 비해 28.8% 증가한 21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이버트레이딩과 관계된 각종 기록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월중 주식과 옵션의 사이버 거래 비중도 각각 67.4%와 52.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온라인 옵션 약정금액과 온라인 계좌비율도 각각 2조7000억원과 48.7%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처럼 사이버 주식거래가 급증하게 된 데는 인터넷을 비롯한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일반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사이버 주식거래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한 반면 개인은 무려 97.9%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확산으로 증권사 객장을 이용하지 않고도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각종 데이터를 참조한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인들에 의한 사이버 증권거래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판도에도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증권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증권시장에서 대신증권·대우증권·LG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 등 5개 대형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2.5%에 달한다. 개인들의 증권거래가 늘어나면서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한 고착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 증권사와 거래하는 것이 보안과 안전도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개인들의 판단 때문으로, 일부 선발 증권사들에 대한 편중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이버 증권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오프라인 객장 없이 거래를 매개하는 사이버 증권사들은 파격적인 거래수수료와 투자정보를 제공, 데이트레이더와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종합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은 설립 1년여만에 종합증권사 순위 10위에 오르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겟모어증권도 지난 5월 설립돼 1년여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트레이드증권의 경우도 올 1월 온라인 약정금액 기준으로 증권사 순위 23위에 불과했으나 5월에는 18위로 올라섰다.
이에 자극받은 중소형 증권사들도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증권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정보 제공 및 금융상품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한 증권거래의 매개시스템 차
원을 뛰어넘어 금융포털 형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선물이나 옵션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선물·옵션쪽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선물 매매 고객들을 위한 사이버트레이딩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주식·선물·채권·MMF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과도한 경쟁과 전산투자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해 증권사간 연합전선 구축도 시도하고 있다.
SK증권과 교보·동양·신한·한화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개인휴대단말기(PDA) 무선증권거래 서비스를 공동 제공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 5개 증권사는 시세와 시황, 뉴스 서비스를 시작으로 오는 9월 초부터는 매매주문 등 토털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이버트레이딩이 증권거래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의도적인 목적의 해킹이나 거래폭주로 인한 시스템 다운현상에 대한 위험도 사이버 증권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해 늘고 있기 때문이다.
ID와 패스워드 기반의 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은 고객이 ID와 패스워드를 도난 또는 분실할 경우 심각한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해커에 의해 거래내용은 물론 개인의 증권거래 내역 등 사생활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는 최근 12개 증권사와 한국증권전산 등 공인인증기관 및 금융감독원과 연계, 사이버트레이딩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안전하게 사이버 증권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전자서명 공인인증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과부하로 인한 시스템 다운 문제도 사이버트레이딩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복병 중 하나다. 시스템 다운 현상이 일단 한번 발생하면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관계당국에서는 백업시스템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부터는 증권사의 백업시스템 구축여부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침을 정해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버트레이딩의 인터넷 편중현상도 개선의 요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PDA나 이동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현재 사이버 거래의 95% 이상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통한 인터넷 주식거래를 이용하고 있으며 PDA나 모바일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층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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