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구조조정이 선결과제

정부가 올해부터 2005년까지 국가기간망을 Tbps급으로, 가입자망은 20Mbps급으로 속도를 올리는 내용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고도화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여러 면에서 의의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망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고 이번에 또다시 통신망 속도를 대폭 높이는 투자를 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고속망의 조기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정보사회에서 국민의 편익 향상이 기대돼 바람직하다. 정부는 이 계획을 통해 5년 안에 전국 1600만가구 가운데 84%인 1350만가구가 20Mbps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민의 정보화 혜택은 적지 않을 것 같다.

 또 초고속망이 구축되면 소프트웨어·콘텐츠·정보통신장비 산업 발전이 촉진될 수 있어 국가 경쟁력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예산 2조5000억원과 민간 17조원 등 약 20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자금은 망의 포설뿐 아니라 차세대 인터넷과 관련한 기술개발 등에도 쓰일 것으로 보여 결코 넉넉한 규모는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나 민간이 무한정으로 자금을 끌어다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투자의 효율성을 살리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현재의 정보통신망 구축에 적지 않은 자금을 들였으나 투자효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중복투자 때문이다.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정부나 사업자가 광통신망을 비롯해 케이블모뎀, 기존 전화망 등 다양한 망을 이용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통신망이 얽히고 설킨 형국이 돼버렸다.

 특히 초고속통신의 수요가 급증하자 이 사업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많은 업체들이 달려들어 경쟁을 하는 바람에 중복투자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자들의 경영 부실 조짐이 보이는 등 중복투자에 대한 휴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초고속정보통신망 고도화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세웠어야 한다.

 초고속정보통신망도 현재의 망과 완전히 별도로 구축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지금 통신망 자체의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면 앞으로 통신망 중복투자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현재와 같이 무한경쟁 상태를 방치하면 경쟁을 통해 서비스가 향상되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으나 과당경쟁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이다.

 결국 초고속망 분야 투자가 다른 나라보다 앞섰고 투자규모도 적지 않았지만 투자 효율성이 떨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개별업체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정보사회의 동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범부처가 협력해 통신업계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 효율성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국민의 합의가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회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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