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부문에 대한 IBM의 지배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서버·소프트웨어 솔루션은 물론 각종 서비스·컨설팅 분야에서도 서서히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IT제국으로서의 위용을 되찾기 위한 IBM의 노력이 서서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70∼80년대 IT업계를 주름잡았던 IBM은 그동안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 메인프레임을 제외한 IT 전 부문 만년 2위업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PC부문의 델컴퓨터, PC서버부문의 컴팩컴퓨터, 유닉스서버부문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스토리지부문의 EMC, 데이터베이스(DB)부문의 오라클 등의 업체를 따라잡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평이었다. 각종 솔루션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DW·CRM, EAI, 미들웨어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벌써부터 그같은 조짐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PC서버와 유닉스서버를 포함한 2000년 전체 서버시스템 매출은 이미 세계시장 1위에 올랐으며 서비스·컨설팅 부문 역시 업계 수위자리를 꿰어찼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스토리지부문은 2000년 한해 동안 5000테라바이트를 공급하며 전년에 비해 55% 이상 성장했으며 e비즈니스 서비스 매출의 경우도 70%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DB의 경우도 최근 인포믹스를 합병, 오라클의 아성을 위협할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IBM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매년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 IBM은 지난 6년간 기록적인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액인 88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삼성전자 매출의 두배 가까운 115조원에 달한다.
지난 97년에는 785억달러(순익 61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98년 817억달러(63억달러), 99년 875억달러(77억달러), 2000년 884억달러(81억달러) 등 매출과 순익 부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매출 중 하드웨어매출부문은 378억달러이며 IT서비스 331억달러, 소프트웨어 126억달러, 파이낸싱 35억달러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순익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서비스부문의 매출이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IBM의 경영성적표는 일단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난 2·4분기 컨설팅 및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서비스의 매출총액은 82억달러 규모. 이는 2위업체인 EDS와 CSC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한국IBM의 성적표 또한 기록적이다. IMF로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보인 지난 9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한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98년 463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97년 5292억원(순익 232억원), 99년 6123억원(736억원), 2000년 7316억원(8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하향세로 돌아섰던 98년의 경우도 순익은 오히려 97년보다 두배 가량 성장했다.
올해 한국IBM의 매출 역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기부진이 심화하고는 있지만 메인프레임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상반기에 20∼25% 늘어난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유닉스서버와 글로벌서비스 역시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한국HP·한국썬 등 경쟁업체와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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