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정보기술(IT) 전 부문 1위 가능할까.”
이같은 물음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대답은 단연코 ‘노(No)’다. PC서버부문의 컴팩코리아나 유닉스서버부문의 한국HP·한국썬, 스토리지부문의 한국EMC, DBMS부문의 한국오라클, DW·CRMS부문의 한국NCR, 미들웨어부문의 BEA, 컨설팅부문의 PWC 등 각 부문 수위업체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까지 전면 부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가능성’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많다. 벌써부터 유닉스서버시장은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로 신재철 한국IBM 사장은 원론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연초 기자회견을 열고 IT 전 부문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로서는 다소 호기롭게 들렸지만 신 사장의 자신만만한 이같은 발언은 ‘장담’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이란 것은 과연 무엇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과거와는 다른 IBM의 가격전략을 들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IBM은 프리미엄가격전략을 구사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양질의 시스템을 판매해 이윤을 그만큼 많이 내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최근 ‘박리다매’ 전략으로 바뀌었다. 적극적으로 가격경쟁을 벌여 시장지배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서비스·컨설팅·유지보수 등의 분야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최대한 활용해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를 석권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미국 본사가 추진해온 인수합병(M&A)으로 인해 구사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점도 이점이다. 로터스의 ‘노츠’는 이미 그룹웨어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시퀀트의 누마서버 역시 ‘누마(NUMA)’라는 기술력에 있어서는 합병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게다가 DBMS인 DB/2와 인포믹스의 결합 역시 머지않아 한국오라클을 위협할 수 있는 카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걸친 전 제품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판매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물론 프로세서나 운용체계(OS) 등의 기술적 리더십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인지도 역시 높다. 또 e비즈니스 등 최신 조류를 판매와 적극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인적·기술적 뒷받침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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