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으로 탈바꿈된 출연연연구회는 독일의 국가연구개발조직인 막스플랑크 시스템에서 벤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독일이 이 연구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체제를 재정비함에 따라 출연연 구조조정 3년을 넘긴 우리나라 연구회 시스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 정부가 추진중인 막스플랑크의 구조조정과정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독일 정부가 과학기술 공공연구개발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21세기에 대비해 과학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공연구개발시스템의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소 통폐합 및 신설, 조직정비 등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부로 일컬어지는 독일 연방교육연구성(BMBF)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국가 과학기술 정책 백서인 ‘연방 보고서 2000년’은 독일의 연구개발 정책, 연구시스템 구조, 학술 및 연구개발 자원, 연방정부의 연구 및 기술진흥 중점방향, 연구 및 기술분야 국제협력, 연구진흥 조직 및 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개발 시스템의 전반을 평가하고 과학기술 정책 가운데 구조조정되어야 할 부문과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연구체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연합이사회격인 연구협회 및 기관이 4개 있다. 연구협회로는 기초연구부문의 막스플랑크연구회, 시장 지향성부문의 프라운호퍼연구회가 있고 연구기관으로는 학제적 연구의 헬름홀츠대형연구센터, 특수연구의 라이프니츠연구기관 등이 있으며 각 산하 총 227개 연구소에 6만여명의 연구원들이 종사하고 있다.
학술 연구체제는 지난 50여년간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 연구기관들과의 통합으로 규모를 확대시켜왔으나 지난 90년대 이후 미래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적고 공공연구개발 시스템의 적절한 구조조정을 제때에 실시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다고 정부 스스로 질책하면서 구조조정의 시발탄이 올랐다. 독일 정부는 연구와 교육기능간 연계가 미흡하고 뛰어난 후진 연구자 육성과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정책들이 간과됨에 따라 70∼8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았던 지위에서 점차 퇴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독일 정부는 국가발전의 필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과감한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아래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독일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복귀하기 위해 연구지원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93∼98년 연방교육연구성의 연구개발예산이 거의 100억마르크(약 5조원)수준으로 동결됐으나 99년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올해는 예산규모를 112억마르크(약 5조6000억원)로 작년보다 3.7% 늘렸다. 특히 지방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등을 포함한 국가의 총 연구개발 투자는 98년 870억마르크(약 43조5000억원)에서 99년 920억마르크(약 50조6000억원)로 늘리는 등 해마다 연구개발예산을 증대시키고 있다. 또 비탄력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술 및 연구의 질, 경쟁공모, 연구개발의 국제성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술 및 공공연구기관의 관료적인 운영 및 의사결정제도를 폐지하고 자기 책임성을 강화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주항공·핵·해양 등 국가 대형 연구기관들로 구성된 헬름홀츠대형연구센터의 경우 산업계가 프로그램 개발 및 평가에 참가, 산하 연구기관들을 횡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적인 중점 연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하기관간 경쟁을 유발시킴으로써 연구센터의 전체적인 중점 연구방향을 조정하고 연구소간 연계 강화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관료적인 예산배분시스템을 경쟁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후진 연구인력 양성 촉진, 여성 연구인력 활용 강화, 공공기관 급여체제의 비탄력성 개선, 젊은교수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통적인 대학운영 시스템을 대폭 개혁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에도 우리나라에서 IMF체제를 겪으며 정부와 사용자·노조 등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졌던 살벌한 풍경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연구원들은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며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 전부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정리해고를 당하는 연구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통폐합되는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연구소의 상위조직인 연구협회 내에서 자유로운 인력이동이 가능해 우수인력 공고를 통해 교류하고 있으며 남아있는 연구원들의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를 줘 안정적인 연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헬름홀츠대형연구센터 산하 칼스루헤연구소 군타르트 메치히 팀장은 “전체 예산의 22%를 기업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78%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9대1의 비율로 지원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연구분위기가 흩트러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칼스루헤(독일)=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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