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술에 배부를까…

 “기술력이 뒤졌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회사 지명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허탈할 따름입니다.”

 최근 모 외국계 보험회사의 고객관리관리(CRM)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리눅스 업체 사장의 말이다. 여러 외국계 기업과 경쟁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 업체는 한국 지사에서 실시한 기술 심사에서는 경쟁자를 차례로 물리치고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지만 ‘이름도 없는 로컬 업체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본사의 결정 때문에 탈락했다는 후문이다.

 만일 이번 프로젝트를 리눅스 업체가 수주했다면 엔터프라이즈 시장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권에 리눅스가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일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리눅스 업체의 화두는 단연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이다. 닷컴 열풍이 잦아들면서 리눅스 업체들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리눅스의 성능이나 응용 프로그램의 다양함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IBM·컴팩·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들이 리눅스 지원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으며 삼성SDS·LGEDS시스템 등 국내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리눅스 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리눅스 업체와 협력을 맺고 있다. 한마디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리눅스가 유닉스나 윈도와 한판 승부를 벌일 준비는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리눅스 업체에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유닉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국내 리눅스 비즈니스가 시작된 것은 겨우 3년 남짓. 리눅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유닉스나 윈도와 경쟁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진전이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탈락하더라도 경쟁의 노하우는 남는다.

 지금은 리눅스 업체들이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에 담긴 의미를 알아야 할 시기다. 리눅스 업체들의 긴 호흡 강한 걸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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