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정보소외 계층 중 하나인 군장병을 정보화 수혜계층으로 만들자.’
정보화의 최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병영을 정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전투력의 향상과 전자전에 대비해 국방 정보화에 앞장서고 있으나 정작 전자전의 최전선을 책임지고 있는 병영의 정보화 수준은 아직도 민간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기업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군에 PC보내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군장병 대상의 정보화교육도 활발하지만 여전히 병영은 정보화의 취약지대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부는 군장병 정보화교육을 올해 10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군장병 정보화교육을 통해 국민의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정보격차해소 정책에 부응하고 갈수록 전자화되는 무기체계에 대한 장병들의 활용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군의 정보화 현황과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선진 정예 정보화 강군의 육성>
‘선진 정예 정보화 강군의 육성’
이는 국방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 군의 미래 비전이다. 군사 문제에 정통한 군사 전문가들이 언급하듯이 미래의 전쟁은 전자전과 정보전 양상을 띤다. 컴퓨터 시스템이 무기체계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컴퓨터 해킹 기술이 적의 전력·전술과 정보시스템을 교란하고 타격하는 핵심 전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인식하에 우리 군의 정보화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력하고 절실하다.
국방부는 국방 정보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방 정보화추진 체제의 정비 △정보통신기반 체계 및 미래전에 대비한 국방통합 C4I 체제 구축 △국방통합정보관리소(메가센터) 체제 구축 △정보보호체계 구축 △국군통신사령부 발전계획 수립 등 국방 정보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방 정보화의 총괄 핵심부서로서 정보화 기획관실을 확대·개편해 정보화 계획 및 획득 기능을 체계적으로 보강해왔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을 중심으로 정보화 시험센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센터 등을 설치해 국방 정보화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단 단위까지 정보화 참모부를 편성, 정보화 조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정보통신 인프라도 크게 보강하고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각종 국방 정보체계의 구축과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정보통신 기반체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왔다. 이에 발맞춰 공영 통신망의 경우 작년 말까지 독립 대대급 이상의 부대에 통신망을 구축, 완료했으며 2003년까지는 지역 통신망(LAN) 및 주전산기 서버를 여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하고 2004년까지는 각급 부대에 행정용 PC를 100%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인프라 측면에선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 정보화의 또 다른 측면인 병영의 정보화 지수는 어느 수준인가>
병영의 정보화는 국방 정보화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첨단 무기체계의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장병 개개인이 첨단 전자장비를 다룰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군장병 정보화를 10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장병들의 정보소양능력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병영을 ‘국민 정보화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군장병의 정보화사업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21세기에 맞는 정보화, 과학화된 정예군을 육성하고 병영을 ‘국민 정보화교육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제대별로 장병 정보화 교육장을 개설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장병 정보화교육을 통해 군의 첨단무기 체계의 운용능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군복무 기간동안 장병 개개인의 ‘정보화 소외현상 및 정체현상’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사·여단급 이상 정보화 교육장은 작년 말까지 59개소를 설치해 간부·체계운용병·교관요원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는 92개소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대대급 인터넷 교육장은 지난해 1615개소를 설치해 전역 장병을 대상으로 정보검색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1월 말 현재 15만4692명이 2급 이상 자격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급 컴퓨터 교육장(PC방)은 작년 초 6842개소를 설치해 PC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국방부가 정보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땀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병영의 정보화지수는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 20대 초반의 뜨거운 피를 군 막사에 위탁하고 있는 우리 병사들은 같은 또래의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 군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병사들의 땀 냄새로 뒤범벅된 막사에서 군장병들이 인터넷을 항해하고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을 바란다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기껏해야 훈련이 없을 때 중대 PC방에 가서 PC를 만지거나 PC기초교육을 받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중대 PC방에 보급된 기종은 시일이 조금만 지나도 낙후 기종으로 전락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소프트웨어 보급은 훨씬 열악하다.
<장병 정보화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비록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나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정보화에 대한 의욕만큼은 민간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10분간 휴식을 해도 자리를 뜰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벽같이 나와서 부대 컴퓨터 교육장 문을 열어 달라고 조르는 사람도 많아요.
컴맹이나 다름 없던 교육생들이 부대로 돌아가서 e메일을 보내올 때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쁘고 보람 있습니다.”
올해부터 하사와 장교 등 군지휘관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육군 철벽부대 소속 한 위관장교의 말이다.
이 위관장교의 지적은 컴퓨터보다는 총과 철모가 훨씬 자연스럽게 마련인 군장병들이 비록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욕구를 숨기고 있지만 기회만 있다면 언제라도 인터넷과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장병 정보화교육의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장병 정보화교육을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선 현재 각 교육장별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장비를 추가로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육여건이 열악한 중대 PC방을 집중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장병 컴퓨터 기초교육을 보다 충실하게 실시, 컴맹장병 퇴치에 노력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장병 정보화에 대한 지원활동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작년부터 민간기업과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군에 PC보내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병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는 크게 부족하다. 물론 장병들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시간도 기본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 정보화교육은 장교나 실무부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초등군사반·고등군사반·육군대학·합동참모대학·종합행정학교 전산학부·국방전산소·통신전자학교 전산교육대 등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일반 장병들 교육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군장병 정보화교육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하방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하방 경직적인 정보화교육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국방 정보화 완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민간기업들이 단순히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것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모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가 군 통신학교에 자사 제품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해 호응을 얻은 바 있는데 앞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에까지 확산돼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모 소프트웨어업체가 자사의 웹저작도구를 군에 보급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이같은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또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언론·기업·단체·학원 등이 참여하는 민간 중심의 장병 정보화 후원회가 결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병영은 이제 단순히 개인 화기나 소총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훈련만 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 병영이 국민 정보화교육의 도량으로서 한 차원 승화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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