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株 `시들` 가치株 `활짝`

  

 성장주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주는 저무는 것인가.

 최근 가치주로 대변되는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성장주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앞지르자 증권가에서 가치주 ‘대망론’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현재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56.72%로 삼성전자의 56.61%를 근소한 차로 앞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말 55.52%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이달들어 56.72%까지 꾸준히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57.83%에서 56.61%까지로 떨어졌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의 IT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동조화의 영향으로 국내 IT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했다.

실적둔화 등으로 IT주가 주춤한 사이 미국의 뉴욕시장을 중심으로 가치주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가치주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한국통신 등 국내 대표적인 IT주를 내다팔며 국내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반도체가격 하락과 전세계 통신업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며 나타난 결과다.

 지난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악화 소식은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증시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후 유럽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선정업체들이 과도한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통신서비스주들도 악화일로로 치닫는 분위기다.

 반면 성장주에 대한 대안으로 가치주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치주 신봉론자들은 주가는 기업의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평가받는 것이어서 성장성만으론 고평가된 기술주의 하락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선 증권사의 ‘가치주 띄우기’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대한항공·코오롱·현대미포조선 등 가치주로 불리는 주식들이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 등 국내 대표 주식을 대신해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가치주가 대세상승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성장주의 상승없이는 대세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재차 붕괴되자 성장주로 대변되는 삼성전자 등 빅3가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통신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SK텔레콤의 NTT도코모와의 전략적제휴가 성장주 상승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4분기에나 IT주들이 모멘텀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세계 IT경기의 회복신호가 보이지 않고 나스닥시장도 2000선을 오가며 횡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요소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이후 IT주의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전반적인 증권가의 분위기다.

 결국 앞으로 3개월 동안은 가치주가 힘을 얻는 반면 성장주는 바닥을 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태동 세종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불황으로 IT업체의 실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당분간 IT주의 주가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IT중에선 가치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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