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단위로 판매되는 상품의 포장에는 물류코드를 붙여야 할까, 유통코드를 붙여야 할까.’
유통정보화 기반 환경으로 표준상품바코드(EAN-13)와 함께 물류코드(EAN/UCC-14) 보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혼란을 가중시켜온 박스 단위 소매상품은 앞으로 유통 코드가 물류코드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론 단품에는 유통코드, 물류단위 포장에는 물류코드가 붙어야 하지만 라면·미곡류 등 일부 품목들은 그동안 포장 단위 형태로 워낙 많이 팔려나가 이 같은 관행이 사실상 정착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물류산업 정보화를 위해 우선적인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표준물류코드 보급·확산에도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품목은 라면류. 그동안 할인점 등 대형소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박스 단위로 라면을 구입해왔다. 이에 따라 농심 등 대형 메이커들은 단품과 달리 박스에는 물류코드를 부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상황 때문에 물류코드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장과 소매점을 이어주는 대형물류센터에서는 상품관리의 혼란과 중복업무에 따른 부담을 안아왔다. 도매물류 전문업체인 한국물류 관계자는 “라면의 경우 물동량 기준 20%를 상회할 정도로 유통물량이 많다”며 “박스에 물류코드를 일일이 재부착해야만 재고나 배송과 관련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 소비자나 소매상들이 문제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대신 중간유통·물류업무의 전산처리 과정에서는 사내 데이터베이스(DB) 운영 등에 오류가 발생할 우려도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라면·미곡류 등 일부 품목의 물류코드 문제가 업계 현안으로 떠오르자 EAN 코드관리기관인 한국유통정보센터(이사장 박용성)는 올초 EAN본부에 적절한 해결책을 요구, 최근 일부 품목에 한해 EAN-14 물류코드 대신 유통코드를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유통정보센터 관계자는 “박스에 EAN-13 유통코드만 표기할 경우 스캐너 오류는 없지만 전산처리 과정에서 DB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단 박스 단위판매 일부 품목에 대해 EAN-13 단일 사용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지만 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표준물류코드 보급을 확산시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황의록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만의 독특한 관행이므로 임시방편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유통과 물류 단위를 구별해 각각 표준바코드를 보급하는 것이 체계적인 정보화 환경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통정보센터와 산업자원부는 저조한 표준물류바코드 보급률을 촉진시키기 위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교육설명회를 갖고 바코드 필름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확산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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