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구조가 빠른 속도로 신제품화·고급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96년 이후 주요 품목의 수출구조 변화’에 따르면 영상재생기(VCR), 개인용컴퓨터(PC), 냉장고, 에어컨 등 한국산 주요 전자제품의 수출이 첨단 신제품과 고가의 고급제품 위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동일 제품군에서도 구형제품이나 저가품은 뚜렷한 수출 둔화세를 나타냈다.
주요 전자제품의 수출구조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VCR는 기존 테이프형 위주의 수출이 DVD플레이어 등 디스크형으로 빠른 전환이 이뤄져 2000년 현재 디스크형의 비중이 테이프형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디스크형의 수출비중은 일본보다도 높아 우리 업체가 세계 수요변화에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C의 경우 관련 주변기기 비중이 96년 96.6%에서 작년 79.6%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컴퓨터 본체의 비중은 96년 3.1%에서 작년 19.8%로 급상승했다. 컴퓨터 본체 중 노트북컴퓨터는 96∼2000년 연평균 77.9% 증가했다.
주변기기 중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CD 및 DVD드라이브, 컴퓨터 부품의 수출은 본격 증대되는 반면 90년대 중반 전자제품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음극선관 모니터, 단말기 등은 점차 퇴조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전제품 수출의 고급화·대형화 경향도 눈에 띄는 변화다.
컬러TV의 경우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전체 수출량이 감소세에 있으나 21인치 이상 중대형 품목의 감소세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냉장고는 EU, 중남미, 대양주를 중심으로 중대형 제품의 수출증가세가 높아 소형(200∼400L)에서 중대형으로 주종 품목이 전환되는 추세다.
에어컨도 현재까지는 미국시장 위주의 윈도 타입이 주종이나 EU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월타입의 비중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산 월타입 에어컨은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춰 향후 수출증대가 예상된다.
세탁기 역시 완전자동형과 비자동형의 비율이 96년 6대4에서 작년 9대1로 바뀌어 뚜렷한 고급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반도체 수출구조는 여전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중심으로 편재돼 있어 장기적 성장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반도체는 작년 우리나라 총수출의 15.1%(260억달러)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품목 자리에 등극했지만 올 1분기 그 비중은 11.8%로 추락하는 등 심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구조의 변화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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