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이 투자업체의 잇따른 코스닥등록에도 불구하고 남는 게 없다고 한숨짓고 있다.
21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벤처거품으로 인한 높은 투자 단가와 코스닥시장의 장기침체가 맞물려 투자기업들의 코스닥 등록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공모가가 투자 단가보다 밑돌아 코스닥 등록에도 불구, 밑지고 팔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99년 말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후발 벤처캐피털들의 경우는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선발 벤처캐피털들과는 달리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동원창투의 경우 5∼8개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을 준비중이지만 이중 2∼3개 업체의 투자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반기 코스닥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T사에 40억원을 투자했지만 30%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0억원을 투자한 S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동원창투는 일부 기업들의 손실분은 다른 코스닥 등록기업의 수익으로 만회할 계획이다.
우리기술투자도 1∼2개 업체의 공모가가 투자단가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기술투자 김도준 팀장은 “코스닥시장이 회복되면 이들 업체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금의 선순환 측면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일정 정도의 손실이 있더라도 자금을 회수, 새로운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선발 벤처캐피털은 그나마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투자이익(캐피털게인)을 얻어내고 있다. 그러나 신생 벤처캐피털들은 벤처붐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에 창업함으로써 단기 회수를 노리고 2, 3차 펀드레이징에 높은 단가로 투자, 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99년 하반기 이전에 설립됐던 회사들은 60여개사 뿐이며 나머지 90여개사는 이후에 설립된 회사들”이라며 “지난 99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20∼30배의 고배수 투자를 일삼았던 신생사들은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되더라도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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