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코스닥등록 예비심사>(2)흔들리는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위원회 위원 11명 중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는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단 1명. 과연 코스닥위원회가 갈수록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IT업계와 관련업체를 이해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또 심사때마다 불거져나오는 코스닥위원회의 심사기준과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최근 우수 IT업체들마저 줄줄이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코스닥위원회의 심사잣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업대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 선도업체인 파이언소프트에 이어 이달에는 백신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하우리마저 보류판정을 받고 탈락하자 코스닥위원회의 객관성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보류판정을 받은 한 IT업체 사장은 “기술력과 실적에서 우리보다 못한 업체들을 문제없이 통과시켜 놓고도 유독 일부 업체에만 엄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탈락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코스닥위원회의 위원들이 등록심사청구업체에 대해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코스닥위원회를 겨냥했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도 보류판정을 받은 후 “성장성과 실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는 유통 보안업체들마저 코스닥시장에 입성시켜 놓고 이제와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술업체를 떨어뜨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코스닥등록예비심사 탈락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코스닥위원회의 심사기준이다. 들쭉날쭉하는 심사기준으로 ‘줄을 잘못 서면 탈락한다’는 불신감이 팽배하다. 증권사 한 IPO 관계자는 “코스닥위원회가 결성된 지 2년밖에 안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객관적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코스닥위원회를 둘러싼 인사 및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위원회는 관계 4명, 학계 3명, 금융계 2명, 업계 1명, 법조계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각계 인사를 모아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지만 스피드하게 변화하는 IT업계를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하우리가 지난 13일 열린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보류판정을 받자 보안업계에선 종전에는 보안 유통업체의 성장성을 인정해 코스닥등록을 허용한 코스닥위원회가 이중잣대로 업체를 평가하고 있다는 비난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증시에서 보안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장미디어인터렉티브는 코스닥등록 전년도인 98년 7억9000만원의 매출과 2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업체. 하우리는 지난해 전년대비 두배 가까운 40억원의 매출과 50% 이상 늘어난 10억4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그러나 코스닥위원회는 회사측이 제시한 올해 예상매출(80억원)이 과도하게 산정됐다는 이유로 하우리를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위원회의 기업평가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나스닥시장이 오랜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실적에 관한 일정한 요건(규격화)만 갖추면 상장을 허용하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여기에 더해 사업성 여부까지 평가, 스스로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저버리는 실정이다.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보류나 기각 판정을 받은 주된 이유는 ‘사업의 불확실성’이다. 지난해 전체 탈락업체 중 사업성 검증 미흡으로 예비심사에 탈락한 비율은 56.1%. 올해들어 파이언소프트 등 상당수 IT업체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업체 한번 방문하지 않고 탁자에 앉아 코스닥등록 당락을 결정하는 코스닥위원회가 업체의 사업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한 IT업체 사장은 “회계법인과 주간사의 승인을 얻어 어렵게 실적자료를 제출해도 코스닥위원회에서 신뢰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며 “누가 봐도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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