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진국 `전시회 문화`

 지난 13∼15일 3일간(미국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인포컴2001은 전세계 영상, 음향 장비업체들이 총 출동하는 비중 있는 전시회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 처음 참가한 기자는 규모가 있는 만큼 전시 자체도 화려하고 시끌벅적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시 첫날 기자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인포컴은 개막일부터 너무 차분했기 때문이다.

 전시장이 열리면서 참관자들은 자신을 이름을 등록할 때부터 차분히 줄을 서서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고 입장 카드를 받았다. 등록부스도 4곳에 불과해 다소 느린 듯한 입장이었으나 입장등록과 입장시간은 오히려 한국의 전시회장보다 빨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느낀 것은 전시회가 전체적으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 한국에서 이같은 첨단장비전시회가 있었다면 열에 아홉부스는 커다란 스피커를 동원하고 이를 통해 최신곡과 도우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포컴은 달랐다.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도 많은 참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부스에서 조용히 앉아 상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특히 음향장비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전시회기 때문에 조용하다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됐다. 또 인포컴에서는 고가의 경품이나 선물을 주는 부스도 없을 뿐더러 경품을 받기 위해 젊은 학생들이 소음 속에서 뱀처럼 구부러진 기다란 줄을 서는 일도 없었다.

 넓은 전시장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한 장 없는 것도 특이했다. 실례로 한 부스에서 받은 볼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지나가자 그것을 본 다른 부스의 직원이 와서 주워줄 정도다.

 전시회를 마칠 즈음 기자는 “전시회가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기자실 직원에게 물어봤다. 기자실 직원은 매우 당연한 일인양 오히려 질문하는 기자에게 왜 묻느냐고 되묻는다.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결국 그 직원은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끄러운 소리로 남의 참관을 방해해서는 안되고 전시회와 상관도 없는 행사와 경품제공은 다른 부스에 방해갈 될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포컴2001은 시장판 같은 한국의 전시회에 언제쯤 이같은 전시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 다시한번 생각케하는 자리였다.

  <라스베이거스=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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