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 김상배 교수
81년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
83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
87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박사
87∼90년 9월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선임 연구원
90년 9월∼현재 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빛은 언제나 인류에게 희망과 가능성의 상징이었다. 불이 추위와 어두움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면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는 가장 널리 쓰이는 조명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인류를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켰다.
21세기가 열리고 있는 이 시점에 100년 이상 지속돼온 백열전등과 형광등을 대신할 조명수단이 등장하고 있다. 반도체를 이용한 조명이 바로 그것이다. 발광효율이 높은 반도체 발광소자를 조명에 사용해 전력소모를 줄임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것이다. 반도체 발광소자는 수명이 매우 길어 유지보수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장점이 많은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반도체 조명의 엔진인 발광 다이오드, 즉 LED(Light Emitting Diode)는 Ⅲ∼Ⅴ족 화합물 반도체의 PN 접합 다이오드다. 실리콘 반도체가 전자정보 혁명의 주역이었다면 화합물 반도체는 빛 혁명의 주역이다. Ⅲ∼Ⅴ족 화합물 반도체는 원소의 주기율표상에서 Ⅲ족과 Ⅴ족의 원소가 화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발광효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빛이 나오는 원리는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P, N 반도체를 붙여놓고 전압을 가하면 에너지 차이(energy gap)에 해당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이 에너지는 주로 열이나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데, 빛의 형태로 방출되면 LED가 되는 것이다. 이 때에는 전자·정공·빛을 모두 입자로 보아야 하며, 전자와 정공 한쌍이 없어질 때마다 빛 입자가 하나씩 나온다. 나오는 빛 입자의 수, 즉 광출력은 전류에 비례한다.
이렇게 나오는 빛은 백열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뜨거운 물체에서 나오는 백열(incandescence)과는 달리, 전자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빛으로 변환되는 것 뿐이므로 냉광(cold light)이다.
또 백열은 아주 넓은 파장 대역의 빛이 동시에 나오는 데 비해, LED 빛은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좁은 파장 영역의 빛만 나온다. LED 빛의 파장, 즉 색깔은 에너지 차이를 조절해 바꿀 수 있다. 이 에너지 차이는 물질조성에 의해 결정되므로 물질조성을 바꿈으로써 발광파장을 바꿀 수 있다.
LED는 이미 1960년대에 연구되기 시작해 1970년대부터 상용화됐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LED를 이용한 조명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들어 LED의 휘도가 매우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LED를 이용한 반도체 조명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LED의 에너지 변환효율은 1% 수준에 머물러 형광등은 물론 백열전구에도 크게 뒤지는 수준이었고 색깔도 빨강이나 노랑, 연두색 정도여서 조명에 필요한 색의 3원색을 모두 얻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LED는 간단한 표시등 정도로만 사용됐다. 1980년대 후반 조명효율은 색 필터를 붙인 백열전구에 근접하게 됐고, 이 때부터 LED가 자동차의 브레이크 등이나 미등, 빨강 신호등 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5년께는 갈륨인듐나이트라이드(GaInN)가 개발되면서 숙원이었던 파랑 및 초록색 LED가 나와 건물 벽이나 옥상에 총천연색 대형 전광판이 등장하게 됐다. 미국 뉴욕의 나스닥 전광판은 8층 건물 높이의 대형 화면으로 1800만개가 넘는 LED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LED의 조명효율은 백열전구 수준을 넘어섰으며 빨강·주황 등의 일부 색에서는 형광등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발전속도는 LED칩에서 나오는 루멘(lumen) 수가 10년마다 30배씩 높아지는 것이어서 IC 집적기술의 척도인 무어(Moor)의 법칙보다도 빠른 것이다. 이렇게 높은 효율의 3원색과 백색 LED가 등장하면서 LED의 응용범위도 넓어져 휴대폰, 액정표시장치의 백라이트(backlight), 공항 활주로의 안내등, 자동차 계기판 표시등, 항공기나 자동차의 지향성이 높은 독서등, 띠 모양의 건물 장식등 등에도 LED가 사용되고 있다.
60W 백열전구는 840lumen을 내는데, 켜져 있을 때는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뜨겁다. 이는 그만큼 많은 열선, 즉 눈에 보이지 않아 조명에 기여하지 못하는 적외선이 많이 나와 전력이 낭비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백열전구를 LED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백색 LED칩 하나에서 17lumen의 빛이 나오는 데 드는 전력소모는 1.12W다. 그러므로 60W 백열전구와 같은 밝기를 유지하려면 50개의 LED칩을 써야하며 이 때 총 전력소모는 56W가 돼 백열전구와 비슷하다. 수명이 100배 이상 긴 점이 큰 장점이나 가격이 수십배 비싸기 때문에 현재로는 실용성이 적다. LED의 조명효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추세에 비춰 보면 몇년 후면 형광등보다 효율이 높은 LED 조명등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LED가 형광등을 능가하는 조명기구가 되려면 조명효율을 더 높여야 하고 LED 칩 하나에서 나오는 광출력을 더 높여야 하며, 이에 따른 방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백색 조명기구에서 조명효율의 이론적 한계는 CCT(Correlated Color Temperature)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00∼500lm/W 정도다. CCT는 조명기구에서 나오는 빛의 색이 고온의 고체에서 나오는 빛과 비교될 때 그 고체의 온도로 표시한 것으로 이 온도가 높을수록 푸른 기운이 도는 백색이 된다. 그러므로 에너지 변환효율을 50%대로 올리면 조명효율 200lm/W의 ‘꿈의 조명기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형광등의 조명효율 60∼100lm/W에 비해 약 2∼3배 향상된 값이다. 이를 위해서는 LED칩의 구조, 패키지 구조, 방열, 형광물질의 효율 등의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고성능 LED의 에너지 변환효율이 30%대에 와있는 만큼, 200lm/W의 실현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조명효율을 높이려면 LED칩 기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판은 LED칩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하지 않아야 하며, 결정특성이 좋아 그 위에 성장되는 발광층 결정의 특성을 저하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는 특히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웨이퍼의 개발이 요구된다.
백색광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CRI(Color Rendering Index)가 높은 백색광을 만들어야 하는데 CRI란 태양광으로 비출 때와 다른 조명기구로 비출 때 물체의 색깔이 달라지는 정도를 나타내며, 색깔이 태양광에서와 같을 때 CRI값을 100으로 정의한다. CRI가 높은 백색광을 만드는 방법은 색을 직접 섞거나, 형광물질을 통해 섞는 방법으로 대별되며, 이 가운데에서 조명효율이 높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다. 수명이 길고 전력소모가 적어 유지보수비를 모두 고려하면 LED 조명이 경제적이지만, 구입가격이 너무 높으면 시장진입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지고 칩당 광출력이 높아져 조명기구에 들어가는 LED칩의 수가 적어지면 가격하락도 충분히 가능하다. 칩 가격이 10년마다 10분의 1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저가격화 과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반도체 조명이라는 빛의 혁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조명업체들과 LED 제작사들의 연합에서 반도체 조명은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서 실현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지멘스와 오스람이 연합해 ‘오스람 광반도체(Osram Opto Semiconductors)’를 설립했고,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과 화합물 반도체 전문회사 엠코어(EMCORE)가 연합해 젤코어(GELCORE)를 만들었다. 필립스와 휴랫패커드의 LED부문이 협력해 루미레드(Lumileds)를 탄생시켰다.
미국과 일본은 에너지 및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적 과제로 LED 조명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가로등 시제품을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ED 조명기구 생산이 시작되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 소비의 8%, 전기소모의 20% 정도가 조명에 사용된다. LED 조명으로 전력소모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2025년께는 전력소모를 750×109㎾h,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억톤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 미국 광산업협회(OIDA)의 예측이다.
이제 LED 조명은 단순 표시램프에서 일반 조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것임이 분명해졌다. 빛의 혁명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LED 조명기술이 단순히 전력소모를 줄인 환경친화적 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정보혁명을 이끌어온 반도체 혁명이며 앞으로 정보혁명의 주역인 광전자기술의 혁명이다.
실리콘 기술의 주역인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반도체 및 정보혁명의 주역으로 남아있으려면 LED 조명기술의 근간이 되는 화합물 반도체 광전자 및 전자소자기술의 확보는 필수불가결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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