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다채널시대 개막>현란한 그곳에 가면 눈이 즐겁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프로그램공급업자(PP) 선정을 마치고 새로운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활짝 열었다.

 평균 2.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위성방송 PP로 선정된 49개 PP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뻐만 하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 위성방송 일정이 오는 10월 시험방송에 이어 올해 말 본방송에 들어가도록 돼 있어 신규 PP들은 정신없이 뛰어야만 한다.

 위성방송 1차 PP 선정은 한마디로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한 실속 위주의 사업자 선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나 음악채널에 대해서는 문호의 폭을 넓힌 반면 사업성이나 채널구성 능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모험적인 성격의 채널에 대해서는 진출기회를 상대적으로 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큰 이변은 38개나 되는 채널이 신청한 정보장르에서 3개 업체만 선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성방송측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본 결과 부실한 PP가 많아 선정 PP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위성방송이 다양한 정보채널을 시청자에게 제공하겠다고 한 당초의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다.

 38개 정보장르 채널 가운데 위성방송 PP로 선정된 사업자는 와우티브이의 ‘한경와우TV’와 한국방송공사의 ‘KBS코리아’, 한국부동산TV의 ‘부동산TV’ 등 3개에 불과하다.

 반면 탈락한 PP는 헬스스카이, 웨더뉴스, 농어민방송, 스탁인터랙TV, 한방TV, 웨딩TV, 벤쳐방송, DIY채널, 리서치TV, 육아TV, 사회복지채널 등 35개 채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위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 기대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0개 사업자가 신청한 영화장르는 100% 합격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영화장르에서는 4개 채널을 신청한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와 3개 채널을 신청한 뮤직네트워크가 모두 사업자로 선정돼 2개 사업자가 전체 영화채널의 70%를 차지하게 됐다. 나머지 3개 채널은 시넥서스와 씨맥스커뮤니케이션즈,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즈 등에 돌아갔다.

 이에 대해 위성방송측은 영화장르의 경우 시청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채널로 다양할수록 좋다는 판단에 따라 신청서를 제출한 PP를 모두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음악장르도 7개 PP 중 5개 PP가 사업자로 선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위성방송에 진입했다.

 영화에 이어 음악장르에서도 뮤직네트워크와 온뮤직네트워크 등 제일제당과 동양그룹 계열 PP가 사업자로 선정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MPP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나머지 업체는 현대오토넷과 한국스타티브이채널V, 엠케이티브이 등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상파방송사들이 경합을 벌인 스포츠장르의 경우 사업을 신청한 지상파는 100% 선정되는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중소사업자들이 신청한 채널은 대부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스포츠장르에서 SBS는 3개의 채널을 획득했고 KBS와 MBC가 각각 1개씩 채널을 따냈다.

 오락장르는 16개 PP가 신청했으나 7개 사업자만 선정됐다. 업체별로 보면 코오롱 계열의 월드와이드넷이 신청한 ‘씨네플러스’와 ‘코메디체널’ 등 2개 채널이 모두 선정됐고 투니버스, 드라마넷, 스카이KBS, 대원씨앤에이홀딩스, 스포츠서울21 등도 예상대로 입성에 성공했다.

 교육장르는 6개 PP가 사업신청을 냈으나 EBS의 2개 채널만 선정됐고 나머지 PP는 모두 탈락했다.

 다음으로 게임과 패션, 리빙 등이 사업자 신청을 낸 취미·생활장르의 경우 케이블TV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게임네트워크의 ‘온게임넷’이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온게임넷은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신규 PP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PP로 MBC 계열의 겜비씨게임과 겜티브이, 올게임네트워크 등 3개 게임채널이 선정됨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

 다큐장르의 경우 중앙방송 계열의 2개 PP만 선정되고 센츄리TV와 월드티브이 등 나머지 4개 업체는 사업자 선정에서 제외됐다.

 종교장르의 경우 불교와 천주교는 단일 채널이 사업자 신청을 접수시켰기 때문에 모두 선정됐지만 5개 사업자가 경합을 벌인 기독교 채널의 경우 추후 교계의 자율적인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채널선정이 보류됐다.

 또 홈쇼핑채널의 경우 신규 등록한 3개 채널의 사업자 준비가 미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선정을 유보했다.

 이밖에 뉴스와 공공채널은 예상대로 신청 사업자 모두 선정됐다. 뉴스장르는 와이티엔과 매일경제TV가 선정됐고 공공장르는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제방송교류재단 등이 선정됐다.

 이번 위성 PP선정에서 평균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정보장르의 경우 12대1의 바늘구멍이었던 반면 영화장르는 탄탄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이 채널선정에 앞서 선정기준을 좀더 구체화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더라면 보다 많은 채널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지상파나 MPP, 기존 PP에 치우침으로써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새롭게 방송시장에 참여하고자 했던 중소PP들은 엄청난 현실의 벽을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위성방송 PP선정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채널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관건은 위성방송 매체의 진입이 아니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PP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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