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 맞수]포털

 인터넷 서비스의 대명사라면 단연 ‘포털’이다. 관문이란 뜻의 포털은 인터넷을 새로운 미디어로 끌어올리고 사이버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었다.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야후·라이코스는 인터넷을 가르키는 보통명사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포털업체 가운데 가장 분명한 색깔을 가진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네이버컴과 라이코스코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두 회사는 외형적으로 토종기업과 다국적기업으로 크게 달라 보인다. 다국적기업이면서 한국적인 경영 문화가 묻어나는 회사가 라이코스코리아며, 토종이면서 다국적기업 못지 않게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회사가 바로 네이버컴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두 회사는 ‘포털 지존’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는 사이다. 올 초에는 나란히 ‘1억 페이지뷰’라는 위업을 달성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근에 라이코스는 ‘엔터테인먼트’에, 네이버는 ‘한게임’에 승부수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올해 35살로 동갑내기며 서울 출생인 가종현 라이코스코리아 사장(사진 오른쪽)과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 역시 때로는 동반자로, 때로는 경쟁자로 보이지 않는 불꽃 대결을 벌이는 사이버 세상의 피할 수 없는 맞수다. 가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이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가 사장은 부드러운 외모에 넉넉한 풍채인 반면 이 사장은 다소 야윈 외모에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가 사장은 미국 뉴욕 스캐든압스 법률사무소에서 M&A 변호사로, 이 사장은 과학기술원을 거쳐 삼성SDS 연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살아 온 인생 행로가 다른 만큼 경영 철학이나 기업 관리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 사장은 ‘아이스하키’에 빗댄 독특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생명은 스피드이듯이 인터넷 비즈니스 역시 빠른 의사 결정과 순발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또 상대편 골대에 퍽을 넣고 자신의 골대를 수비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듯 인터넷 비즈니스 역시 수익 창출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가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하고 뛰어난 운동신경이 필요한 것처럼 인터넷 기업도 전략·재무·조직 측면에서 탄탄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답게 한 가지에 푹 빠지는 성격이며 생각은 오래하되 일단 판단이 서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또 조직 관리 면에서는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자유방임형이다. 이 때문에 카리스마형 경영자보다 감정이 풍부한 인간적인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 직원이 행복한 회사’라는 기업 철학 역시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외형과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비즈니스의 출발과 마지막은 ‘신뢰’라고 힘줘 말하는 포털업계 두 경영자가 과연 국내 인터넷 선봉장으로 앞으로 어떤 승부를 펼칠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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