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게임 채널 `볼륨` 커진다

 ‘TV를 켜면 게임토피아가 열린다.’

 그동안 게임은 오락실이나 PC방, 공부방에 있는 컴퓨터 등 폐쇄된 공간에서 혼자 즐기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게임과 TV가 만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대중문화와 개인주의를 상징해 온 TV와 게임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게임의 대중화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은 여러 사람이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스포츠 이상 가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게임 전용 음악에서부터 영화를 능가하는 게임 동영상까지 개발되면서 게임은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총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전략게임은 바둑, 장기를 능가할 만큼 다양한 전략과 컨트롤의 묘미를 맛볼 수 있어 프로게이머의 화려한 경기를 보는 것은 프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이상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로 대중화된 게임유저층을 방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게임리그 중계에서부터 각종 게임정보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게임 마니아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첫 전파를 발사한 SBS의 ‘게임쇼 즐거운 세상’은 지상파 방송 최초로 게임전용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점에서 화제다.

 박수홍, 김원희 등 인기 연예인들의 톡톡 튀는 멘트가 돋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초기 게임대회 중계에서 벗어나 영화정보 프로그램처럼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코너와 각종 게임음악과 게임동영상을 소개하는 코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부각시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요일 새벽 1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평균 4∼5%의 시청률을 기록해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이소라의 프로포즈’(4∼8%)에 버금가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게임의 주 소비층인 10대뿐만 아니라 20∼40대 시청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향후 확대편성까지 검토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7월 게임전문 케이블방송으로 첫발을 내디딘 온게임넷은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케이블방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기석, 국기봉, 기욤 패트리, 강동경, 임요환 등 내로라하는 인기 스타 게이머를 배출한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20%에 가까운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게임방송의 가능성을 제시한 프로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 스타크래프트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는 임요환과 벽안의 전사 기욤 패트리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 지난 8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는 1000여명의 유료관중이 운집하기도 해 게임방송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 게임방송이 점차 인기를 끌면서 게임프로그램 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내용과 구성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게임방송 시장에 진출한 겜비씨가 선보이고 있는 ‘게임 뽀뽀뽀’(매일 오전 8시)는 MBC의 아동 대상 인기프로그램인 ‘뽀뽀뽀’와 ’게임’을 결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유아 대상 학습게임 프로그램인 ‘게임 뽀뽀뽀’는 게임 캐릭터의 동작이 곁들여진 영어학습 게임이나 직접 게임의 줄거리를 창작해 볼 수 있는 게임농장 코너 등으로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엄마와 자녀가 함께 PC와 TV를 연계해 ‘놀다 보면’ 저절로 입체적인 사이버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겜TV가 선보이고 있는 ‘온라인 스페셜’(월요일 밤 9시)은 리그, 대전 위주의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최근 급부상하고 국산 온라인게임을 다양한 퀴즈와 실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똑똑! 겜스쿨(금요일 밤 9시)’도 다양한 교육용 게임을 통해 숫자 공부와 영어학습, 창의력 등을 키울 수 있어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 e채널에 방송하고 있는 ‘모인의 게임의 법칙’은 게임업계 CEO들과의 대담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를 살펴보는 동시에 게임업체 경영과 개발과정의 숨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게임업계 사람들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방송이 보다 대중화된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게임방송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게임방송의 제작진을 살펴보면 게임전문가나 방송전문가는 많으나 이를 절충시킬 만한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터액티브한 특성을 가진 게임 장르의 장점을 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단순 대회의 중계나 게임 소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게임방송이 늘어나면서 아직 자그마한 게임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각 방송사들의 주도권 다툼이 지나쳐 성장기에 접어든 국내 게임시장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SBSi의 문동열 프로듀서는 “사업적 측면에서의 게임방송 편성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설 때 게임방송이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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