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위기의 지역 미디어업체

인터넷의 의미를 가상공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은 엔지니어일수록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심하다.

 인터넷은 최근 전자상거래의 범위를 뛰어넘어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화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인터넷은 특히 최근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업계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태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면 순식간에 세계적인 미디어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는 반면 이러한 경쟁에서 탈락한 미디어 회사들은 하나둘씩 시야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30번째 이야기는 최근 인터넷의 등장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 미디어 업체들의 경영환경을 살펴보고 이들을 위한 생존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역 신문과 잡지, 케이블TV, 라디오 방송 등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 미디어 업체들은 요즈음 ‘죽을 맛’이다.

 우선 광고주들이 최근 인터넷 광고의 비중을 늘리면서 지역 신문 등 미디어들은 광고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인터넷 광고분야에서도 지역 미디어들은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AOL-타임워너 및 야후 등 포털과 거대 미디어 회사들에 ‘안방시장’까지 내주는 신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포레스터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Local Media`s Lifeline)를 통해 지역 미디어 업체들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전자우편과 게임 등 다양한 ‘유틸리티(utility)’를 제공하는 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틸리티란 종합정보를 의미하는 ‘콘텐츠(contents)’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포레스터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과 업종별 분류광고(옐로 페이지) 등 실용 정보’라고 정의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이번 연구를 위해 최근 미국의 40개 지방업체와 10개 대기업 등 총 50개 광고주를 대상으로 지방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신문과 잡지, 케이블TV, 라디오 방송, DM, 옐로 페이지 등의 지역 미디어에 게재한 광고효과와 온라인 광고비 지출계획 등에 대해 설문 조사했다.

 우선 응답업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40개 지방 업체들은 지난해 평균 매출액 1800만달러에 광고비를 약 33만달러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약 4만7000달러를 온라인 광고에 할애했다. 이들은 오는 2003년까지 온라인 광고비를 2배 이상 늘려 약 11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표 1 참조

 이에 비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10개 대기업은 지난해 평균 매출액 2억2400만달러에 광고비로 약 100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90만달러를 온라인 광고에 배정했다. 이들은 오는 2003년 이보다 약 33% 늘어난 120만달러를 온라인 광고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지역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인터넷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신문과 케이블TV, 라디오 방송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 미디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유통업체들이 앞으로 3년 동안 온라인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반면 지역 미디어에 대한 광고를 그만큼 줄이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예를 들면 50개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광고비중을 지난해 14%에서 오는 2003년 20%로, 6%포인트 늘리는 대신 신문광고의 비중은 같은 기간동안 28%에서 23%로, 5%포인트 삭감할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은 또 TV 및 DM 광고의 비중을 소폭(각각 18%에서 20%, 11%에서 12%) 늘리는 반면 지역 라디오 방송의 비중은 15%에서 14%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림 1

 광고 담당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 미디어 업체들이 앞으로 시대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게 될지 더욱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온라인 광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3년 안에 온라인 광고비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문은 온갖 종류의 광고를 게재해 구심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인터넷에서는 부동산과 구인구직 등의 웹사이트를 찾으면 우리가 공략해야 하는 네티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지역 소매업체)

 “우리 학교는 최근 미래 고객인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는 ‘온라인 DM’을 도입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생모집 등의 광고도 온라인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지방 대학)

 “우리는 최근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지역 신문들이 개설한 여러 개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했는데 실망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당초 목표로 했던 지역 고객들에게 도달할 수가 없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지역 미디어에 광고하는 것을 대부분 포기했다.” (대기업 유통업체)

 그러면 지역 미디어들이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레스터는 무엇보다도 지역 미디어들이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애매 모호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찾는 목적을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포레스터가 최근 전국의 온라인 소비자 9만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찾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전자우편이 91%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검색엔진(72%), 상품정보(42%), 소프트웨어 내려 받기(28%) 등 이른바 ‘유틸리티’로 분류되는 목적이 1위에서 5위까지 휩쓸었다. 복수응답 표2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콘텐츠’로 분류하는 신문 및 잡지기사를 읽기 위해 웹사이트를 찾는 네티즌의 비율은 전체의 28%를 기록했고 주식시세(27%), 스포츠 중계(2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온라인 미디어 업체들의 활로는 ‘콘텐츠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 밀착된 유틸리티’에 달려 있다고 포레스터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포레스터는 이어 유틸리티의 종류를 크게 4가지로 나눠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 이것 또한 우리가 평소에 인터넷을 찾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정관리 프로그램:지역 사회에 밀착된 유틸리티로는 우선 웹사이트에서 중요한 약속 등 하루일과를 표시해 놓고 생일파티 등을 위해 음식점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최근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루일과와 전화번호 등 관련 정보를 모두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정관리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아마존과 e베이 등의 온라인 유통 거인들이 아무리 위세를 떨쳐도 지방시장을 공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 웹사이트가 중고 소파까지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 온라인 유통회사들은 이처럼 ‘부피가 크고, 사람의 손이 많이 가거나 고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 아직도 성공가능성은 충분하다.

 △서비스:투철한 서비스 정신은 모든 상거래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돼 왔다.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 웹사이트에서 세금납부, 의료보험, 장례 등 일상생활과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보(콘텐츠):지방 온라인 미디어는 ‘정보(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항상 지역 사회에 밀착된 ‘실용성(유틸리티)’에 초점을 맞춰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콕스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건강·의료 사이트 OSO닷컴(http://www.oso.com)을 찾으면 가장 먼저 지역 의사들과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이어 병원 등의 웹사이트를 거쳐 마지막으로 건강·의료 백과사전 사이트 아담닷컴(http://www.adam.com)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지역 포털경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로 올라설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주요 업체별 대응전략 등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콕스(http://www.cimedia.com), AOL(http://www.aol.com):두 회사는 각각 미국 최대 케이블 및 미디어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등 현재 최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MSN과 시티서치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콘텐츠’보다 ‘실용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 신문:지역 정보에 정통한 데다가 주민들과 유대관계도 비교적 좋다는 장점을 살려 지역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외로 쉽게 온라인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섣불리 엄청난 투자자금이 들어가는 콘텐츠 확보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

 △전화번호부 업체:누구보다 풍부한 지역 상공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다른 전자상거래 회사들과 제휴를 통해 살길을 찾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지역 포털을 운영해보겠다는 전략은 거의 승산이 없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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